“유선 기반 보안에 그치지 않고 무선 도청·해킹까지 막아야 보안의 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안기술 업체 지슨의 한동진(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제기된 후 하루 수백 통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무선 보안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선주파수(RF) 계측 기술을 보유했는데 전세계적으로도 미국·러시아·영국·독일·이스라엘까지 총 6개국밖에 없는 기술이다. 한 대표는 “무선 해킹·도청 시도가 있으면 반드시 이상 전파가 발생하기 때문에 무선주파수 계측 기술로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슨의 무선 도청 탐지 시스템 ‘알파에스(Alpha-S)'는 24시간 실시간으로 초소형 도청기를 찾아낸다. 교묘히 숨겨진 도청 장치는 통신용으로 인가되지 않은 ‘비인가 주파수’를 이용하는데 알파에스가 주파수 전 대역을 1초 내 스캔하는 원리다. 이미 대통령실·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300여 곳에 납품됐고, 무선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향후 보다 많은 곳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입소문을 통해 제품력이 알려지면서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 정보기관이나 지도층에서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슨의 무선 해킹 탐지 시스템 ‘알파에이치(Alpha-H)’도 유사한 원리로 24시간 무선 스파이칩 위치를 추정해낸다. 한 대표는 “무선 백도어 해킹은 순식간에 기업·기관의 서버망과 데이터센터를 셧다운시킨다”며 “국가 간 사이버 전쟁 심화로 무선 백도어 해킹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무선 백도어 해킹은 무선 스파이칩을 몰래 심어 무선 연결 통로를 확보한 뒤 무선주파수로 원격 접속해 데이터를 탈취하는 것이다. 2014년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가안보국이 전세계 PC 10만 대에 무선 스파이 칩을 심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 등 여러 정부에서 무선 백도어 해킹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무선 보안에 특화된 지슨은 알파에스와 알파에이치 외에도 불법촬영(몰래카메라) 탐지 시스템인 ‘알파씨(Alpha-C)’도 개발했다. 한 대표는 2000년 지슨을 창업한 후 10여년이 흐른 2012년에서야 첫 상용 제품을 내놓았다. 그는 “개발비만 300억 원 넘게 들고 매출은 없었지만 국내 유일의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는 자신감으로 버텼다”고 회고했다.
지슨은 2021년 매출 94억 8500만 원과 순이익 2억 3700만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내년 초에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 북한 스파이 사건이나 이번 대통령실 도청 의혹 등으로 보안 당국 등에서 무선 보안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며 “올해 기관·기업 납품이 크게 늘어 지난해보다 50% 이상 매출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