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지분 대부분 매각

작년 290억弗, 올핸 72억弗 매각
알리 하락세에 실적 방어 나선듯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 알리바바 지분을 대거 매각해 지분율을 3.8%까지 줄일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주된 이유는 알리바바 주가 하락과 소프트뱅크의 실적 방어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알리바바의 오랜 투자자이며 손 회장의 벤처 투자 수완이 부각된 데는 알리바바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지분 매각이 눈길을 끈다.


F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서류를 분석한 결과 소프트뱅크가 올해 들어 알리바바 주식을 약 72억 달러(9조 5000억 원)어치 매각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지난해에도 알리바바 주식을 약 290억 달러어치 팔아치운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5.9% 하락했다.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 매각은 양측이 변화를 앞둔 시점에서 단행돼 이목을 끈다. 알리바바는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 전자상거래, 배달 플랫폼, 스마트 물류, 글로벌디지털비즈니스그룹,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 등 6개 독립 사업 그룹으로 분리한다고 발표했고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인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뉴욕 증시에 곧 상장한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창업 초기인 2000년에 2000만 달러(약 265억 원)를 투자한 대표적인 초기 투자자다. 그는 TV 인터뷰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 대해 “사업 계획도, 수익도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매우 강했으며 그가 말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알 수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AFP연합뉴스

소프트뱅크는 FT에 이번 매각에 대해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사업환경을 감안해 사업전략을 방어적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사항은 다음 달 분기 실적 발표 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지난해 비전펀드 사업 부문에서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바바 실적이 떨어지면서 주가가 추락한 점도 지분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 FT는 “소프트뱅크는 8년 전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 상장할 당시와 비슷한 가격에 주식을 팔았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4개월간 알리바바 주식 3억9800만주를 주당 평균 92달러에 매각했다. 주가 최고치였던 317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중국 정부가 정보기술(IT)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알리바바에 엄청난 벌금을 매기고 마 회장을 조사하면서 2020년 이후 알리바바의 주가는 70% 이상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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