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골병라인.’
최근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의 살인적인 혼잡도로 호흡곤란 승객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붙여진 오명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혼잡도를 낮추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수도권의 출퇴근 교통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변형 버스전용차로(BTX)’ 도입 사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2021년 BTX 도입안을 담은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을 확정했다. 국토부는 BTX를 도입하면 평균 통행 시간이 올림픽대로의 행주대교 남단~당산역 10㎞ 구간은 93분에서 60분으로, 강변북로 수석나들목~강변역 8.6㎞ 구간은 62분에서 32분으로 각각 단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대중교통 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도로 확장이 없는 강변북로 이동식 중앙분리대 설치안을 검토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1.77로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신규 도로안전시설물 도입에 따른 지침 마련과 실물 충돌 시험 등 안전성 검토 절차가 지지부진해 도입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BTX 도입에 관한 타당성 연구 용역도 이달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경기도 내 대규모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신도시에 BTX를 먼저 도입하면 출퇴근 시간을 크게 줄여 대중교통 분산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2019년부터 추진된 사업의 용역 결과를 4년 만에 받아보는 등 정부가 시간만 끌고 있어 BTX가 언제 도로를 달리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선 경기교통공사 사장도 “수요예측의 실패로 두 량짜리 김포골드라인의 한 량을 늘리면서 수천억 원의 비용과 공사 기간 승객들이 이용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번 사태처럼 긴급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때를 대비해 하루라도 빨리 BTX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골드라인은 한강신도시에서 서울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총 23.67㎞ 구간을 오가는 완전 무인 운전 전동차다. 두 량짜리 열차지만 3월 기준 출근 시간대 일평균 승객 수는 7만 8000여 명에 달한다. 11일 오전에는 만원 전동차에 있다가 여성 2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지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서울시에 버스전용차로 지정을 촉구했다. 개화~김포공항 구간 버스전용차로가 지정되면 출퇴근 시간대 셔틀버스를 무제한 투입해 대중교통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원 장관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 개통이 근본 대책이지만 시간이 걸린다”며 “김포시청~개화~김포공항을 잇는 버스전용차로가 지정되면 지하철 5호선 연장 전까지 출퇴근 셔틀버스를 무제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는 버스 운행과 비용 문제는 김포시와 대광위가 협의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원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시 내용도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당장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불편과 안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 장관이 직접 현장 파악을 하고 관계자들과 대책을 숙의해 당장 공급 대책을 건의해달라고 12일과 13일 연속 특별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버스 추가 배차와 새 교통수단인 40인승 이상의 수륙양용버스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 특별 대책’을 내놓았다. 시는 경기도에서 김포골드라인과 동일한 구간을 운행하는 김포시 시내버스 70번 노선의 8회 증회 요청을 수용해 출근 시간대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의 배차 간격을 최대 10분 단축한다. 추가 증차도 고려할 계획이다.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한강신도시~김포공항역 구간 셔틀버스 운행도 추진한다. 40인 이상의 수륙양용버스 도입도 검토 중이다.
김포시는 서울교통공사에 위탁 운영 중인 김포골드라인을 김포시 직영 체제로 전환할지 결정하기 위해 최근 경기도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김포골드라인은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다음 달 의견을 회신할 계획이다.
직영화가 결정되면 김포시는 관련 절차를 밟아 위탁 운영이 종료되는 내년 9월부터 직접 김포골드라인을 운영하게 된다. 김포시 관계자는 “김포골드라인을 직영화해도 당장에 승객 과밀 현상이 해소되지는 않지만 안전사고에 시가 적극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