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서 '배터리 전구체' 생산…1.2 조 투자

새만금산단 전경. 연합뉴스

LG화학이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배터리용 전구체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생산하도록 강제하자 국산 전구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 가격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지만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90% 이상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10만 평 규모의 배터리용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는다. 올해 말 착공해 2028년 말 준공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량은 5만 톤으로 이는 전기차 60만여 대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 전구체 합작공장이 완성되면 LG화학의 전체 생산능력은 약 7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고려아연과 내년 2분기부터 울산 공장에서 연 2만 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LG그룹은 전구체부터 양극재, 배터리 셀에 이르기까지 그룹 전체의 배터리 밸류체인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가 한국에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IRA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을 가공할 때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전체의 50%를 넘어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제조한 광물 비중이 40%(올해 기준) 이상이어야 해당 광물을 적용한 전기차가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전구체는 광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하면 IRA 규정에 부합하는 소재를 공급할 수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광물 비중을 줄여야 하는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은 국산 소재 업체들에 전구체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앞서 SK온과 에코프로가 중국 거린메이(GEM)와 함께 1조 2000억 원을 들여 새만금에 연 5만 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 것도 이 일환이다. 전구체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앞다퉈 생산라인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경북 구미와 전남 광양에 연 5000톤 규모 전구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경북 포항에 연 5만 톤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2024년에는 연 8만 톤으로 규모를 확대한다. 엘앤에프도 국내 첫 전구체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전구체뿐 아니라 원소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글로벌 협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SK온은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 조달을 위해 지난해 칠레 SQM, 호주 레이크리소스 등과 공급계약을 맺었다. 음극재는 지난해 7월 호주 시라와 천연 흑연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올해 1월 미국 우르빅스와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스위스 글렌코어, 포스코홀딩스 등 다양한 기업들과 원소재 협력을 맺고 있다. 삼성SDI는 자회사 STM과 에코프로비엠이 공동출자한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통해 국산 양극재 비중 확대에 나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미국 IRA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연합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미국과 FTA를 맺은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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