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끼고 잠깐 낮잠 잤을 뿐인데…실명한 대학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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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로 낮잠을 자던 20대 대학생이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초기에는 일반 눈병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을 동반한 각막혼탁이 일어나고 심하면 실명까지 유발하는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린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플로리다주(州)에 사는 대학생 마이크 크럼홀츠(21·남)는 지난해 12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로 40분가량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깬 그는 샤워를 한 뒤 렌즈를 빼고 다시 잠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크럼홀츠는 왼쪽눈의 염증과 함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가시아메바 각막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눈의 각막이 가시아메바라는 기생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충혈과 통증, 출혈, 시력 저하 등을 유발하며 심하면 실명으로도 이어진다.


감염이 흔하진 않지만 가시아메바 각막염 환자 대다수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대로 보관·관리하지 않은 렌즈를 착용했을 때, 또는 렌즈를 착용하고 잠을 자거나 샤워, 수영을 했을 때 발생할 위험이 높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연평균 콘택트렌즈 사용자 500명 중 1명꼴로 안감염증에 따른 실명을 경험한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초기 증상이 일반적인 눈병 증상과 비슷한 탓에 조기 진단이 어려워 예후가 좋지 않다. 크럼홀츠 역시 렌즈를 착용한 채 잠을 잔 후 가시아메바 각막염을 앓게 됐지만, 잠에서 깬 후 나타난 증상은 알레르기 증상과 비슷했다. 당시 그는 눈이 가렵고 따끔거리면서 부어오르자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 알레르기 증상으로 생각해 알레르기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증상은 더욱 악화됐고 이튿날 그는 안과를 찾았다. 의사는 단순 바이러스 감염으로 진단한 뒤 항생제를 처방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시로 앞이 번쩍이고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염증이 심해지는 등 악화됐다. 다른 안과를 찾아가 봤지만 똑같이 단순 바이러스 감염으로 진단하면서 항생제 처방량을 늘려줄 뿐이었다.


결국 크럼홀츠는 처음 증상이 발생한지 약 한 달 만에 각막 찰과검사(scraping)를 받고 나서야 가시아메바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의료진은 감염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광역학 요법을 시행했으며, 눈 흰자 중 건강한 조직을 채취해 감염된 각막을 치료했다.


그렇지만 크럼홀츠는 여전히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머리 뒤쪽에서 시작돼 왼쪽 눈으로 이어지는 통증 또한 지속되고 있다. 그는 “매년 1~2개씩 먹던 내가 정말 싫어하는 항생제를 이젠 2시간마다 먹고 있다”면서 “마치 번갯불을 맞은 것 같은 고통”, “눈에 모래를 뿌린 것 같은 불쾌함”이 24시간 내내 지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그는 각막 이식을 통해 시력이 일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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