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4월에도 강세를 이어가자 공매도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주가가 폭등한 에코프로(086520)그룹주에서는 개인 투자자와 공매도 세력간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매도 전쟁은 2차전지주에 이어 유통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코스피에서 6346억 원, 코스닥에서 3627억 원에 달했다. 월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으로는 2001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직전 최대 기록은 코스피의 경우 2021년 5월(5785억 원), 코스닥에서는 지난달(2887억 원)로 집계됐다.
4월 공매도 하루 평균 거래액은 1월 평균(코스피 3730억 원, 코스닥 835억 원)보다 각각 70%, 334% 증가한 것이며, 지난달(코스피 4259억 원, 코스닥 2887억 원)과 비교해서도 각각 49%, 26% 늘었다.
공매도 거래가 크게 늘어난 건 증시 과열 우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7조 3527억 원으로 1월(13조 1423억 원)의 2배 수준이다. 연초와 비교해서 코스피는 14일까지 15%, 코스닥은 33% 상승하면서 거래 대금이 빠르게 회복됐는데 이에 따라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늘어난 것이다.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으로 분류되는 대차거래 잔고 금액도 14일 기준 80조8434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차거래 잔고금액은 10일 80조 원을 넘어선 뒤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80조원을 웃돌았다. 80조 원을 넘어선 건 2021년 11월 16일(80조 2430억 원)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이에 일부 종목에서는 개인 투자자들과 외국인·기관 중심 공매도 세력 간 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2월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247540)의 공매도 잔고가 빠르게 불어났다. 12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8836억 원이다. 저점(2월 10일 3719억 원) 대비 두 달 만에 5000억 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온라인 종목게시판을 살펴보면 “공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등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공매도 불꽃은 유통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14일 기준 롯데쇼핑(023530)(40.14%),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30.89%), 삼양식품(003230)(26.14%), 농심(004370)(24.4%) 등 다수의 유통주가 코스피 시장 공매도 비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상준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내수 소비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주요 유통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 기대치에 비해 부진할 전망”이라며 “2분기에도 경기 둔화 영향이 이어지겠지만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