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규제 무풍' 아이스크림 할인점

박시진 생활산업부 기자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옆에 또 생겼어요. 술도 팔고 문구도 팝니다. 이게 뭔가요?”


편의점 점주들은 코앞까지 밀고 들어온 아이스크림 할인점 때문에 요즘 시름이 무척 깊다. 편의점 점주들이 이들을 경계하는 것은 우선 이들의 출점 전략 때문이다. 일부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편의점이 입점한 상가만 골라 매장을 낸다. 오픈 전에 상권 분석을 철저하게 하는 편의점의 영업 전략에 ‘무임승차’하겠다는 의도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공정하지 않은 경쟁’을 정부로부터 강요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편의점 점주들은 하소연한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종합 소매업인 편의점과는 달리 도소매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출점 제한, 의무 교육 등 정부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편의점은 유통 규제에 따라 신규 출점 시 인근 편의점으로부터 최소 50m 이상 떨어져야 하지만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상관없다. 또 비닐봉지 제공 및 사용 등 친환경 규제에서도 무상만 아니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에는 할인점의 판매 품목이 아이스크림·과자 등에 그쳤지만 이제는 밀키트, 각종 일회용품, 문구류부터 주류·담배 등으로 늘면서 편의점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


아이스크림 할인점 급증은 편의점만의 문제도 아니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도 정부가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 판매되거나 유해균 번식 등 위생상의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인’ 판매였다는 이유로 책임은 고객에게 전가되기 일쑤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이제 웬만한 동네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 1000여 개였던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지난해 7000여 개로 3년 만에 7배 늘었다. 이제는 몸집이 커진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규제 사각지대에서 꺼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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