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조 바이오플라스틱 공략"…조현준, 친환경 승부수

■효성 소재 3사 탈플라스틱 가속
에코PP·에코필렌 등 상표권 출원
바이오플라스틱 2배 성장 전망따라
작년 업황 부진에도 3600억 투자 집행
스판덱스 등 속속 친환경으로 전환



조현준(사진) 효성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소재 3사(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를 필두로 탈(脫)플라스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에 이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까지 공략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경기침체로 소재 산업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지만 선제적 투자로 미래 산업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최근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추진을 위해 '효성 에코 PP(폴리프로필렌)'과 '에코필렌' 등 관련 브랜드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PP는 세계적으로 연간 3억 톤 이상 생산 및 소비되고 있는 범용 플라스틱 소재로 식품용기부터 파이프, 의료용품, 내열 가전제품, 자동차부품, 산업자재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친환경 플라스틱 관련 브랜드 상표가 맞다"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우선 상표 등록을 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은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18년 60억 달러에서 2021년 76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로 커졌다. 오는 2028년에는 155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는 물론 우리 정부의 탈탄소 기조에 맞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석유계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해 탈플라스틱 사회를 이루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효성은 일찌감치 조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소재 3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들 3사의 업황 부진에도 평소 강조하던 '혁신' 신제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소재와 우주산업 관련 첨단소재 사업이 중심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실적 악화 속에서도 소재3사의 투자금액은 3599억 원으로 오히려 최대 이익을 냈던 2021년(2042억원)을 넘어섰다.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선제적 투자라는 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효성티앤씨는 매출 일등공신인 '스판덱스'의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기존 석탄 대신 옥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바이오 스판덱스는 기존 스판덱스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3% 줄여 친환경적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우주항공 분야에 핵심 소재로 주목 받는 초고강도 탄소섬유의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철보다 14배 이상 강도가 높은 물성을 갖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는 유럽 고객의 친환경 수요에 맞춰 업체 최초로 친환경 소재 국제 인증인 ISCC PLUS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2050년까지 모든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할 계획이다.


효성화학은 이번 친환경 PP 사업 준비에 앞서 지난 2013년 독자기술로 개발한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케톤'으로 친환경 사업의 물꼬를 틀었다. 대기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CO)를 사용해 만드는 폴리케톤은 1톤 생산 시 일산화탄소가 약 0.5톤 감소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인체에 무해한 점을 바탕으로 수도계량기와 전력량계, 어린이용 장난감, 식판 등에 적용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지만 선제적인 투자로 핵심 사업의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며 "조 회장의 고객몰입 경영을 기반으로 소재 3사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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