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이 대표는 17일 “공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인사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조기 귀국도 요청했다. 민주당이 처음에는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이라고 비난하더니 관련 의원 압수 수색 5일 만에 검찰에 수사를 주문한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던 민주당이 모처럼 사과의 말을 한 것이다.
돈 봉투 의혹의 상당 부분이 녹취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 대표 개인의 연쇄 ‘사법 리스크’ 의혹과 노웅래 의원 사건 등에서는 ‘방탄’ 노릇을 했는데 이번에는 더 이상 덮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듯 수사를 요청했다. 돈을 뿌려 전당대회 표심을 왜곡시키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당시 송 후보 측이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캠프 실장급에 300만~50만 원씩을 뿌린 사례 중 노출된 것만 수십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말로만 반성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사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돈 봉투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하고 전당대회 금품 살포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 한다. 현역 의원 수사는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하는 만큼 신속한 자체 조사로 검찰의 진실 규명을 돕고 연루자들을 엄중하게 징계해야 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조속히 귀국해 수사를 받고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대표가 자신의 문제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거법 위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등 자신의 개인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더 이상 불체포특권 뒤에 숨거나 당을 ‘방탄’에 활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에 철저히 반성하지 못하고 내로남불 행태를 이어가면 민심의 부메랑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