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플러스] LG패널 단 삼성OLED TV 나올 수 있을까…임박한 '적과의 동침'

삼성D 'QD-OLED' 공급 부족에
삼성전자, 수급처 다변화 불가피
LGD는 年 1000만대 생산 가능

삼성전자 모델이 올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삼성 O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과 L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협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회사가 OLED 패널 공급을 위해 손을 맞잡을 것이라는 관측은 2021년부터 나왔지만 답보 상태에 머물러왔다.


다만 OLED TV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005930)가 퀀텀닷(QD)-OLED TV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한 만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2분기 연속 조 원 단위 적자를 낸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포섭하면 유의미한 실적 상승과 OLED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양사 OLED 패널 공급 협상 재개…이번엔 다를까

17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결렬됐던 화이트(W)-OLED 패널 공급 협상을 재개했다. 두 회사 간 협상이 타결돼 패널 공급이 이뤄지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 OLED TV 제품은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일부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물량을 공급해왔지만 OLED 패널은 해당 사항에 없었다. 2021년부터 증권가와 전자 업계를 중심으로 OLED 패널 공급 협력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공급가 이견과 TV 사업 전략 수정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진전이 없었다.





협업설이 다시금 떠오른 가장 큰 근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공급량 부족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공급량은 올해 최대 240만 대, 이 가운데 TV 패널이 140만~16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판매량(4500만~5000만 대)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는 TV 패널을 삼성전자뿐 아니라 소니 등 다른 TV 제조사에도 납품한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연간 1000만 대 수준의 OLED TV 패널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OLED TV 출하량 전망치가 700만 대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고객사 물량과 관계없이 여유 있는 공급이 가능하다.



납품가격·시장수요·中견제가 관건


LG디스플레이 모델이 EX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LG디스플레이

하지만 장벽도 있다. 거시경제 흐름과 이에 따른 가전 수요가 뒤따라야 한다. 또 패널의 납품 가격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도 만만치 않다. 2021년 협상도 결국 납품 가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의 견제도 변수다. 중국이 LCD 납품 조건을 파격적으로 맞춰주면 전체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 상황이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며 OLED TV의 수요 반등을 점치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1500만 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가 전체의 49.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 업체 유비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삼성전자가 QD-OLED 패널 물량 부족 리스크에 대해 분명히 인지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적용한 TV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삼성·LG의 OLED 동맹이 성사된다면 TV와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적지 않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OLED 패널 수급을 통해 중장기적인 TV 사업 전략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17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 대부분을 LCD에 의존한다는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LCD 사업에서 모두 철수했거나 물량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는 만큼 중국 패널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이 LCD 가격을 올리고 물량을 통제하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OLED TV 사업의 적기 확대와 수급처 다변화는 중국 패널사와의 협상에서 좋은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세계 1위 TV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패널 수요 부족으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의미한 반등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신규 고객 확보가 OLED 생산 라인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져 내년 대형 OLED 패널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