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형량 2배 높이고 처벌수위 차등 둬야"

대검찰청 연구용역 결과
대부분 2회 이상 반복되지만
평균 징역 1년, 절반은 집유
'피해별 양형 다양화' 제안도


국부 유출로 이어지는 산업 기술 유출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 양형 기준을 두 배 상향하고 기술에 따라 처벌 수위도 차등을 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 기술 유출이 이윤 추구만을 노린 이른바 ‘계획범죄’라는 점에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18일 대검찰청이 가천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 용역 ‘기술 유출 범죄 양형 기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유죄가 선고된 496건 가운데 89.3%(443건)에서 ‘계획성’이 드러나거나 인정됐다. 범행이 1회에 그친 경우는 단 24%(119건)로 대부분이 2회 이상 반복되거나 지속됐다. 기술을 유출하는 목적은 본인 회사에 이용하거나(361건·72.8%) 다른 기업에 판매할(43건·8.7%)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외장하드·USB드라이브 등 저장 매체(40%)나 e메일·프로그램에 직접 아이디(ID)로 접속해 유출했다.


범행이 계획적으로 꾸준히 이어진 셈이나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유죄가 선고된 사건의 평균 징역 선고량은 1년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절반(59.5%·295건) 이상이 집행유예였다. 또 10명 가운데 2명(141건·28.4%)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게다가 2019년 이후부터는 무죄율마저 40%를 웃돌고 있다. 무죄 선고율은 2015년만 해도 17.6%였으나 2016년과 2017년 각각 31.5%, 33%를 기록한 데 이어 2018년에는 47.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무죄율은 44.3%에 달했다.


유죄 선고가 되더라도 판결문에 담겨야 할 근거가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다. ‘죄가 있다’는 근거가 되는 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판결문에 명시된 건 단 23건(4.6%)에 불과했다. 또 양형 기준 유형을 담은 판결문도 전체 474건 가운데 60건에 그쳤다. 그나마 양형 기준을 제대로 명시한 건 단 18명에 대한 판결문뿐이었다. 해당 연구 용역에서 산업 기술 유출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가천대 산학협력단은 연구 용역을 통해 산업 기술을 국외로 유출할 경우 적용되는 최고형 기준을 기존 6년에서 12년으로 두 배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2017년부터 시행 중인 영업 비밀 침해 행위에 대한 현행 양형 기준은 국내 기술 유출의 경우 징역 8개월~2년이다. 국외 유출은 기본 양형 기준이 1년~3년 6월로 최대 징역 6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으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기술유출법·부정경쟁방지법이 2019년 각각 최고형을 징역 10년 이하에서 15년 이하로, 또 선고 하한은 3년 이상으로 명시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였으나 영업 비밀 침해 행위에 대한 양형 기준은 6년째 제자리걸음인 탓이다. 또 기술이 유출된 지역에 따라 국내외로 구분하고 있는 양형 기준 유형도 5~6개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에 따른 사안의 중대성이나 피해 정도를 구분해 유형별로 양형 기준을 한층 다양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영업 비밀과 산업 기술에 대한 양형 기준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두 경우가 모두 비밀을 침해한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나 죄에 대한 경중 차이가 큰 만큼 양형 기준 자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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