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일 제약사 머크의 한국 공장 증설을 위한 부지 탐색을 돕는 등 투자의 걸림돌로 꼽혔던 규제 3건을 풀기로 했다. 이를 통해 6000억 원의 민간투자를 유인한다는 목표다. 또 반도체 장비 도입을 쉽게 하기 위해 안전 심사 절차를 축소하고 발전사업용 전기저장장치(ESS)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완화하는 등 총 55건의 규제도 손본다.
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에서 “현장 대기 투자 프로젝트와 공공기관 발굴 과제 등을 중심으로 총 55개의 규제 혁신 과제를 선정했다”며 “이행 여부뿐 아니라 기대한 규제 개혁 효과가 나타나는지 점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먼저 정부는 현재 기업의 투자를 막고 있는 규제 3건을 풀어 6000억 원의 투자를 신속 유치할 계획이다. 일례로 독일 머크의 국내 공장 증설을 돕는다. 당초 머크는 수도권 내에서 공장 부지를 찾고 있었으나 해당 지역은 화학물질 배출이 적은 도시형 공장만 설립할 수 있어 투자가 지연돼왔다. 정부는 공장 설립이 가능한 대안 부지 탐색을 도왔고 정부 지원으로 머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조만간 공장 증설을 위한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대전광역시 등이 대체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충남 서산 대산항 인근의 유휴 부지에 민간기업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임대 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게끔 했다. 항만 인근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일부 석유화학기업의 공장 추가 설립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 경북 영덕군이 추진하는 해상 케이블카를 빠르게 설치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를 2분기 중 개최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이 직접 발굴한 개선 과제 41건도 제시됐다. 반도체 장비 도입시 안전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공단에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모든 설비에 대한 도면을 제출해야 하는데 영업기밀 유출 우려에 도면 제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장비 도입에 일부 차질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이 사전에 대표 설비를 선정해 도면을 제출하면 이후 추가 설비에 대해서는 도면 제출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외에도 액화수소 운반선 및 추진선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관련 투자를 이끌어내고 사용 계획이 확정된 국유림이더라도 재해 위험 등이 없는 조건하에서 풍력발전용 임대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오염물질 배출이 크지 않지만 일반발전소로 분류된 ESS의 환경영향평가 대상 규모를 1만㎾에서 10만㎾로 대폭 완화한 것도 눈에 띈다. 추 부총리는 “매달 경제 규제혁신 TF를 개최해 산업단지 입주 규제 완화 등 수출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규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한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도 발표됐다. 일반 물자의 낙찰하한율은 60%에서 70%로, 소방·군인·경찰 등 고위험 직종의 안정 장비는 80%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낙찰하한율은 낙찰이 가능한 예정 가격 대비 투찰 금액의 최소 비율이다. 이번 개편으로 기업이 지나치게 낮은 입찰 가격을 써내는 것을 막아 기업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공공조달 장비의 품질도 높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