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기기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이 1분기 사상 초유의 반도체 불황에도 대폭 성장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축소로 EUV 노광 기기 예약 금액은 반토막이 났다.
19일(현지시간) ASML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67억 4600만 유로(약 9조 7900억 원), 영업이익 22억 500만 유로(약 3조2007억 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90.89%, 영업이익은 181.25%나 증가했다.
이번 ASML 실적은 정보기술(IT) 전방 산업 부진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락한 가운데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회로를 만들 때 활용하는 EUV 노광 기기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대당 2000억원을 호가하는 EUV 장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올 1분기 ASML의 EUV 기기 공급 대수는 17대였다.
다만 ASML은 지난해 말까지 63억 1600만 유로에 육박하던 순 예약 금액(net booking)이 올 1분기 38억 유로로 반토막났다고 밝혔다. EUV 노광기 순 예약 금액 역시 34억 유로에서 16억 유로로 대폭 줄었다.
순 예약 금액은 고객사들이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 예약한 내용을 금액으로 환산한 값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가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들의 설비 투자 축소로 이어지면서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ASML에 주문한 EUV 장비 수량 중 40%를 삭감하거나 납품 기한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