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제2의 출렁다리 반복되나

김지영 문화부기자


“요즘 관광 사업들이 제2의 출렁다리를 보는 것 같아요.”


관광 업계의 한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국내 여행 시장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2027년 말 서울 마포 하늘공원에 조성될 ‘서울링’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서울링은 영국의 ‘런던아이’를 벤치마킹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장밋빛 구상과 달리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국내에 첫 해변 대관람차인 ‘속초아이’가 속초의 새로운 관광지로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대관람차 역시 다른 지역들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서다. 관계자는 과거 출렁다리가 유행을 타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출렁다리가 설치된 게 떠오른다고 했다.


관광 업계에서 제2의 출렁다리는 비단 대관람차에 그치지 않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환경영향평가에서 통과된 후 전국의 10여 곳에서 케이블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지역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케이블카 중에는 매년 적자가 심각한 지역도 있다. 케이블카의 실패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너도나도 설치하겠다는 분위기다.


높은 곳에서 스릴을 느끼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루지·짚라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여행지에 방문하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잡겠다며 여러 지역에서 루지와 짚라인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들이 지역별 특색을 살리기는커녕 여행을 획일화한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데 있다. 어딜 가든 쉽게 케이블카나 루지 등을 탈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두 번은 탈 필요 없다’는 인식만 공고해진다. 액티비티 시설이 주변 관광 환경, 인프라와 어울리지 않을 경우 오히려 지역의 관광 수요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자체가 일회성으로, 쉽게 관광객을 끌어오는 데만 치중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내세우며 지역 관광을 앞세우기 전에 지자체들이 개별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차별화된 전략부터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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