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리비안의 전기차가 K배터리와의 협업에 힘입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 차종으로 추가 포함됐다. 폭스바겐 ID.4에는 SK온 배터리가, 리비안 R1S·R1T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전체 32개 차종 가운데 K배터리가 들어간 차가 27종에 달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ID.4가 19일(현지 시간)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새로 추가됐다. 세부 트림을 포함해 ID.4 스탠더드·프로·프로S 등 8종이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미 재무부가 17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는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미국 기업만 포함됐고 유럽·한국·일본 브랜드가 배제됐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이후 배터리 및 핵심 광물 세부 요건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면서 미국 외 업체로는 처음으로 명단에 뒤늦게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미 조지아주 SK온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받아 테네시주 자동차 공장에서 ID.4를 조립한다.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핵심 광물 조달 요건을 모두 충족해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도 폭스바겐과 함께 IRA 보조금 지급 명단에 추가됐다. 전기 픽업트럭인 R1S과 R1T는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다. 아직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없는 삼성SDI는 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해 리비안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와의 협업 덕에 리비안 전기차는 3750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전기차 스타트업이 난립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 배터리를 받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실적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과 리비안을 포함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전체 차종 32개 중 K배터리를 탑재한 차종은 27종으로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는 GM(6종)과 포드(3종), 링컨, 크라이슬러 등 11개 차종에 들어간다. SK온은 폭스바겐과 포드(2종)에, 삼성SDI는 리비안과 지프(2종), 포드, 링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K배터리가 IRA 수혜를 독차지하는 셈이다.
폭스바겐과 리비안은 K배터리와의 협업에 힘입어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폭스바겐은 현대차(005380)그룹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보조금을 받으면 ID.4의 최저가는 3만 1495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싼 전기차로 자리매김한다. 현대차·기아(000270)는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에 이어 다른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보조금 명단에 추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대차그룹도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등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발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