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현장을 누비는 베테랑 119 구급대원 박 씨(35). 신속한 구조활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송 환자 수가 부쩍 늘어나면서 신체에 부담이 커진 탓일까. 이송을 마치고 나면 어깨부터 허리까지 뻐근한 통증이 이어져 괴롭다. 업무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 치료를 미뤄왔지만 심폐소생술 중 허리에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 뒤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됐다.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이송 경험을 떠올리던 그는 자신의 증상이 허리디스크 임을 확신한다. 졸지에 자신도 환자가 돼 구급차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 박 씨는 정밀검사를 받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매일 환자를 들어 올리고 응급처치를 하는 구급대원들은 허리에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허리 통증을 겪기 쉽다. 한국교통대학교 응급구조학과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9 구급대원 485명 중 64.6%가 근골격계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도 허리 증상이 36.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9 이송 환자가 2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하며 업무량이 급증한 것도 구급대원들의 허리 부상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달 소방청에서 공개한 구급활동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0년 162만 1775건이었던 이송 환자 수는 지난해 199만 6688건으로 23%나 급증했다.
문제는 높은 질환 발생률과 늘어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허리 통증을 일시적인 증상으로 치부하거나 치료를 미루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허리에 부담이 반복적으로 가해질 경우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가 손상되거나 탈출하면서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척추가 손상될 경우 보행조차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학에서 허리 통증을 치료하는 대표적 치료법 중 하나는 약침이다. 한약재 유효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척추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하는 효과를 보인다. 경직된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침치료와 환자 체질 및 세부증상에 따른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약침의 허리디스크 치료 기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논문도 소개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서울대학교가 공동 연구를 통해 SCI(E)급 국제학술지 ‘신경학 최신 연구(Frontiers in Neurology)’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신바로2' 약침이 산화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신호전달물질인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와 인터루킨-1베타(IL-1β)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허리디스크를 유도한 쥐 그룹에 신바로2를 투여한 뒤 TNF-α와 IL-1β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허리디스크 유도 직후 증가했던 TNF-α와 IL-1β 발현량이 감소했다. 특히 신바로2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발현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산화스트레스는 활성산소가 체내에 과도하게 누적돼 산화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한다. 체내 염증 수치를 증가시켜 근골격계 질환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심폐소생술 중 허리 통증을 겪었던 박 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119 구급대원의 경우 긴장된 상태에서 육체적인 동작을 취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러한 상황 속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을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작 중 하나로 ‘대퇴 신전근 강화 스트레칭’을 추천한다. 먼저 엎드려 누운 채 양팔을 머리 위로 뻗는다. 이어 오른팔과 왼 다리, 머리와 가슴을 들어 올려 8초간 유지한 뒤 제자리로 돌아와 반대쪽도 동일하게 실시해 보자. 다음으로 양팔과 양다리, 머리와 가슴을 모두 위로 들어 올려 8초간 유지한 후 처음 자세로 돌아오는 동작을 10회 정도 반복한다. 해당 동작은 허리를 신전시킬 뿐 아니라 등부터 다리까지 전반적인 근육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전방에서 구급활동을 펼치는 119 구급대원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사회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