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선다. 피해자에게 임차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세금을 면제해주는 안과 함께 공공기관이 임차주택을 우선매수권을 통해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안이 담길 예정이다.
2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정부 여당은 이번 주 중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 특별법을 발의해 2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주택 낙찰 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관련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이다. 낙찰 비용을 구하기 힘들 경우 정부가 저리 융자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임차주택에 계속 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우선매수권을 통해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에 LH가 해오던 매입임대주택제도를 피해 주택에 집중 적용하는 것으로 기존의 매입임대사업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실효성 있는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당정은 야당이 주장하는 보증금 보장 방식의 공공 매입에는 선을 그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가가 피해 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결국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되는 포퓰리즘적이고 무책임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이 전세사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전세가율 100%를 웃도는 ‘깡통 전세’ 거래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향후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공간 인공지능(AI) 기업 빅밸류로부터 받은 올 1분기 수도권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2만 2922건 중 3.80%(873건)가 전세가율 10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빌라왕’ 등 전세사기 이슈가 불거졌음에도 보증금 반환이 우려되는 거래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가율이 높은 거래는 대부분 전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한 대단히 위험한 거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