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뱅 "청년 전월세 대출 심사 요건에 선순위 채권비율 포함 검토"

서류심사 허점 노린 사기 횡행
의심 사례 발생하면 대출 거절
피해 방지 AI 모델도 개발 계획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월세 게시물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 20대 A 씨와 B 씨는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해 허위로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지난해 1~8월간 약 32억 원의 대출금을 가로챘다. 이들은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서류 심사만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징역 6년을, B 씨에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청년 전월세보증대출 심사 강화에 나섰다. 단기간 동일한 물건에 대한 보증 신청이 다수 들어오는 등 의심 사례가 발생할 경우 임대차 계약 확인 방법을 강화하는 식이다. 대출 사기가 의심되는 사례의 주요 특징을 분석·분류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 대출을 거절하는 시스템도 보강하고 있다.


청년 전월세보증대출은 연 소득이 없거나 70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에게 최대 2억 원을 대출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가 100% 보증을 서줘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소득·무주택 청년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카카오뱅크가 상품 심사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청년 전월세보증대출의 60% 이상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4개 시중은행의 청년 전세보증대출 공급액은 총 6조 5898억 원이었다. 이 중 카카오뱅크가 전체 대출액의 62.1%인 4조 900억 원을 취급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을 합친 액수(2조 900억 원)보다 2배가량 더 많았다. 건수 기준으로도 카카오뱅크는 전체 10만 6109건 중 6만 6259건(62.4%)을 취급하며 청년 전세보증대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청년 전월세보증대출이 비대면 서류 심사만으로 담보 없이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한 사기 행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건축주와 임대인·중개인 등이 짜고 세입자에게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은행의 대출 시스템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범죄를 줄이기 위해 현재 대출 심사 요건에 제외된 선순위 채권 비율 등을 넣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 청년 전월세 사기 방지를 위한 인공지능(AI)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주금공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청년층에 대한 원활한 보증을 유지하면서도 전세사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적극 활용 또는 과다 선순위 여부에 대한 주의 강화 등 대책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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