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태 재도약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내달 2~5일 인천 송도서 총회 개최
기후변화 대응·경제 인프라 구축 등
팬데믹 이후 재도약 정책 논의될 듯
우리 기업·금융권 역할 확대 기대


다음 달 2~5일 인천 송도에서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가 열린다. 68개 회원국 대표단을 비롯해 모두 5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대면 방식 회의를 전면 재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대표적 지역 개발 금융기구인 ADB가 역내 국가들의 재도약을 논의하는 계기도 된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1966년 설립 초기 연간 1억 달러도 되지 않던 ADB의 사업 규모는 2021년 356억 9000만 달러로 증가했고 회원국 수도 31개국에서 68개국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질적 측면에서도 빈곤 탈출, 사회기반시설 확대 등과 같은 과제에 대응하던 ADB의 활동 영역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 녹색 및 디지털경제 인프라 구축, 젠더 격차 축소, 건강, 교육, 사회안전망 강화 등 주요 사회·경제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역내 저개발국에 2021년 228억 달러에 달하는 각종 자금을 지원한 것은 ADB 역할 확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총회 개최로 우리나라는 ADB 내에서 역할을 더욱 확대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창립 당시 3.2%였던 ADB 내 우리나라의 출자 비중은 2021년 말 회원국 중 여덟 번째로 많은 5.03%까지 크게 늘어났다. 또 ADB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도 2021년 현재 77명으로 전체 국제 직원의 5.8%에 달한다. 아울러 ADB 프로젝트에 다수의 우리 기업들이 참여해 회원국의 철도·도로 운송, 송전을 비롯한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많은 국내 금융기관들도 ADB의 금융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연차 총회에서는 역내 국가들 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정책 방향들이 논의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높은 물가 상승률과 글로벌 통화 긴축의 부정적 영향,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부채 수준, 인구 고령화, 급격한 기후변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화 퇴보에 따른 분절화의 위협,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안보 우려 등도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거시경제 여건 분석 및 복합 위기 대응, 글로벌 공급망 개편에 대응한 협력 방안 마련, 지속 가능한 재정 관리 체계 구축 등과 같은 이슈를 논의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 전환, 환경친화적 일자리, 탄소 중립 정책,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디지털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한국은행도 이번 총회에서 진행될 다양한 논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거시경제 불안 대응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지속 가능 경제로의 전환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등도 최근 한은의 주요 연구 분야인 만큼 회원국 및 국제기구들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또 ADB 연차 총회와 연계해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역내 경제 상황 점검과 금융안전망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만큼 중앙은행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한적한 바닷가였던 송도가 첨단 국제 산업도시로 변모했듯이 ADB에서 차관을 받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원조 공여국으로 바뀌어 세계 최첨단 산업을 선도하고 K컬처로 세계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국가로 성장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역내 국가들의 연대와 재도약을 주도하는 중심 국가로서 위상을 높여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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