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둔화 및 자산 시장 침체로 국세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국세 수입은 54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조 7000억 원 감소했으며 이러한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세수 부족분은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당국은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먼저 예비비,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잉여금은 2022년 들어 감소 추세이며 한은 잉여금 또한 최근 금리 상승 기조 등의 여파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세수 부족분을 고려해 세수 예산을 조정하는 세입 경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세입 경정은 일반적으로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세출을 조정하거나 세출 조정 없이 국채 발행을 통해 채무를 늘리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지출 구조 조정은 재정 당국의 예산 편성 및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특정한 신규 사업의 재원 확보를 위해 기존의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즉 한정된 재원을 재배분하는 일련의 재정 활동을 의미한다. 지출 구조 조정을 활용한 최근의 사례는 2020년 2~3차 추가경정예산과 2022년 2차 추경 등이 있다. 이러한 지출 구조 조정의 활용은 국채 발행 등의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기존 예산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기존 사업비의 감액에 따른 임의적인 사업 축소 우려가 있으며 특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출 구조 조정에 따른 감액 사업 선정 및 그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국채 발행을 통해 세입 감소에 대응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재정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 기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났다. 2022년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초과(2022년 11월 말 기준 1045조 5000억 원)했으며 국가채무 증가 및 통화정책 긴축 기조에 따른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지출 또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올해 초 한국전력 채권이 과도하게 많이 발행돼 단기자금 시장이 악화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전채 발행 규모는 올 들어서만 8조9400억 원에 달해 지난해에 이어 채권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전기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경우 하반기에도 한전채 발행은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가지는 정부 채권이 시장에 지나치게 많이 발행될 경우 회사채 금리를 상승시켜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에 대해 재정 당국이 국채 발행보다는 지출 구조 조정 강화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출 구조 조정의 경우 총사업비 규모의 변경 없이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집행 잔액이나 이월액을 감액하는 방식을 통한 지출 구조 조정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지출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사례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엇보다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명확한 정부의 정책 의지를 반영해 정교한 지출 구조 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