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구제책 마련에 나선 정부가 피해 주택 보증금을 대납하는 방안에 대해 재차 선을 그었다. 자칫 국가가 사기범죄까지 떠안아 이를 용인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가 (피해 임차인 보증금을) 대납해서 돌려주고 매수되든 말든 국가가 부담하면 모든 사기범죄에 대해 국가가 떠안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선을 넘으면 안 되는 것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된 ‘선보상, 후구상’ 대책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야권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수해 해당 임차인에게 우선 보상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후 공공기관은 매입 채권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해 되팔거나 공공임대로 활용해 채권 매입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원 장관은 또 조직적인 전세사기에 따른 피해와 최근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역전세로 보종금을 받지 못한 사례를 구분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원칙도 내세웠다. 그는 “어려운 점은 전세사기 피해와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일반적인 집값 하락기에 나타는 현상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디까지 국가가 관여해 지원해야 하는가”라며 “현실적으로 800만이라는 전세계약 모두에 대해 미반환 사태가 우려된다고 해서 국가가 다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분이라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경매 절차를 마치고 거리에 내몰린 피해 임차인에 대한 구제책 마련도 고심 중이다. 원 장관은 “인천의 경우에도 경매가 끝나서 퇴거를 당한 분들이 240여 가구 신고돼 있고 더 있을 수 있다”며 “제도 취지와 형평성을 고려해 지금부터 구제받는 피해자에 준하는 보완 대책을 빠른 시일 내 구체화해서 직접 다가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이밖에도 지자체 건의 사항을 수용해 전세사기 피해 지원 업무의 일원화와 국비 지원 확대, 절차 간소화 등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전세사기로 인해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신용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번주 내로 관련 특별법 제정을 마치겠다는 목표다. 현재 거주 중인 임차주택을 낙찰받으려는 피해 임차인에 대해서는 우선 매수권을 부여한다. 낙찰 시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하고 장기 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방인이 담길 예정이다. 또 피해 임차인이 계속 거주를 희망할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우선 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