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 300만원 줄게" 사회초년생에 깡통전세 넘기고 1800만원 챙겼다

공인중개사 등 10명 형사입건
자격증 대여 등 불법행위 72건 적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원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컨설팅 업체 직원 A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전세 매물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회초년생에게 이사비용 300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현혹, 세입자가 잘 구해지지 않던 신축빌라를 시세보다 비싼 2억4900만 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이 빌라는 전세계약 체결 후 새로운 바지 임대인에게 소유권 이전이 이뤄졌는데, 새 임대인의 세금 체납으로 빌라가 압류되면서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깡통전세 중개를 성공한 대가로 건축주이자 기존 임대인으로부터 1800만원을 챙겼다. A씨는 무자격자였으며, 본인이 불법 중개한 계약에 대해 공인중개사 B씨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대필을 요청해 전세계약서를 완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서울시는 민생침해범죄신고센터에 접수된 깡통전세 피해 사례를 집중수사한 결과 이처럼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6명과 중개보조원 4명 등 총 10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입건 했다고 밝혔다.


범행은 주로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이 깡통전세 위험을 알면서도 성과보수 등을 노리고 불법 중개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대학 신입생과 취준생 등 부동산 계약 경험이 미숙한 청년층에 집중돼 있었는데, A씨와 같은 부동산컨설팅 업자 등이 개입한 사례도 있었다.


시는 올 1분기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25개 자치구와 합동 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72건의 불법행위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내용은 △자격증 대여 △거래계약서 작성위반 △고용인 미신고 등이었다. 시는 금지행위 위반과 대여, 무자격자 광고 등 4건의 일탈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를 의뢰했으며, 거래계약서 작성위반과 고용인 미신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위반 등 11건은 업무정지 처분을,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부적정 등 18건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 외 경미한 사안 39건에 대해선 현장 계도 조치를 취했다.


시는 국토교통부와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에 대한 특별점검을 다음달 말까지 실시하고 있다. 2021~2022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사고 리스트 중 사고 물건의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무소를 분류한 뒤 이를 악성임대인 리스트와 대조, 악성임대인 소유 주택을 2회 이상 중개한 공인중개사 및 해당 물건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의 위법행위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시는 가상공간에서의 ‘부동산 계약 체험하기’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 3분기 중 ‘메타버스 서울’을 통해 3/4분기 내에 공개할 방침이다. 부동산 계약 체험하기는 부동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명확하고 신뢰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세계에서 부동산 계약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가계약 송금 전 유의사항 등 각 단계별 확인사항 및 미확인에 따라 발생 될 수 있는 피해사례도 함께 안내할 예정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수차례의 점검 활동을 통해 업자들이 얽힌 조직적 피해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불법중개행위 근절을 위한 철저한 점검과 단속을 지속적으로 병행해 투명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