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뒤 전기차 1800만대분 생산"…韓, 양극재 허브로 뜬다

[K배터리 밸류체인 가속]
◆ 투자계획 쏟아내는 국내기업
정부, 2027년 年 158만톤 목표
韓 배터리 소재 핵심 생산지 부상
IRA '부가가치 50%' 조건 맞춰
퓨처엠도 포항 양극재 공장 증설
LG화학은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공장 조감도. 사진제공=포스코퓨처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2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회의’에서 배터리 업계와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발언을 했다. 지난해 38만 톤 수준인 국내 양극재 생산 능력을 5년 뒤인 2027년까지 158만 톤으로 4배가량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의 발언이 화제가 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양극재의 국내 생산 캐파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LG화학·포스코퓨처엠·엘엔에프 등 국내 양극재 4사가 2025년까지 확정한 양극재 생산 능력을 100만 톤 정도로 봤다. 이마저도 해외 생산 물량까지 합친 것이다. 시계열을 2027년까지 넓혀도 158만 톤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처럼 비쳐졌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이 포항에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 공장을 짓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목표가 아니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 포스코의 전구체 공장 건설 외에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제2·제3의 전구체·양극재 건설 계획이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광물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하는 국내 배터리 셀, 소재 회사들이 향후 5년간 국내에 투자할 양극재·전구체 공장 리스트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면서 “2027년 양극재 국내 생산 158만 톤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양극재 158만 톤은 단순하게 계산하면 전기차 18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으로 한국이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장 포스코그룹에서 배터리 소재 제조를 맡는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음극재·전구체를 3대 축으로 배터리 소재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원가 4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연간 생산 능력을 10만 톤에서 2025년 기준 34만 톤으로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6148억 원을 투자해 포항 양극재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곳에서는 연산 4만 6000톤 규모의 하이니켈 NCMA 단입자 양극재 생산 라인이 들어선다. 이 소재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을 원료로 제조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안정성을 높여준다. 포항은 이번 투자를 포함해 총 10만6000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단지로 바뀐다.


음극재 생산 능력은 같은 기간 8만 2000톤에서 17만 톤으로 확대한다. 양극재 중간 원료인 전구체 생산 능력도 기존 1만 5000 톤에서 22만 톤으로 10배 넘게 늘릴 방침이다. 전구체 1㎏에 리튬 0.5㎏을 더하면 양극재 1㎏이 만들어지는데 전구체 22만 톤으로는 전기차 220만여 대에 필요한 양극재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퓨처엠은 광양에 이어 포항에서도 올 하반기 연산 3만 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이 포항에 전구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미 IRA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배터리에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더라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호국에서 이를 가공, 완제품으로 생산해 부가가치 50% 이상을 창출하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준다. 지금처럼 중국에서 전구체를 수입해 한국에서 양극재를 생산하는 방식으로는 IRA를 충족할 수 없다. 한국에서 원자재 가공부터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에 이르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갖춰야 IRA에서 규정하는 50%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한국에서 전구체를 생산하는 것은 IRA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며 “중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일제히 전구체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절강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총 1조 2000억 원을 들여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올해 12월 착공해 연산 10만 톤 규모의 생산 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SK온 또한 에코프로, 중국 거린메이(GEM)와 함께 최대 1조 2100억 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리튬·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 분야를 맡는 포스코홀딩스는 포항 전구체 공장 내 황산니켈 정제 라인을 세워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포항에서 원재료인 황산니켈 정련과 중간재인 전구체 제조는 물론 양극재 생산까지 이뤄지는 방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셀 제조를 제외하고 배터리 소재 단계까지 모든 과정의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선제적인 광물 공급망 확보가 소재 분야의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호주·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리튬·니켈을 들여와 한국에서 소재로 정제하고 양극재·음극재를 양산하며 밸류체인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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