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문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당사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여러가지 직간접적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전쟁을 치르면서도 당사국끼리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며 “100년 전의 일 때문에 어떤 일들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는) 결단이 필요한 문제였다”며 지난달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먼저 제시한 뒤 일본을 방문한 것에 대해 “안보 문제가 너무 급해 일본과의 협력을 더 이상을 지연시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올 3월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제3자 배상 방식을 추진하는 등 전향적 조치로 현해탄을 사이에 둔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으려 했던 사정을 국내외에 거듭 설명해 이해를 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국 답방을 통한 2차 한일정상회담을 이끌어내려는 차원의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불법적인 침략을 받고 있으므로 다양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무기 지원 문제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 발생한 경우”라는 조건을 달고 “인도적·재정적 지원에만 머무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해당 발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러시아가 “사실상 전쟁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무기 지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한러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