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범 칼럼]美 금리 인하 전망이 성급한 이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달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지만 경제성장 전망이 비관적이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제 다음 달 2~3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돼 1.25-1.5%포인트의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급격한 달러 강세 또는 자본유출이 대량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참가자들은 FOMC가 조만간 미국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이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결정 방향에 대한 해외의 한 경제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65.1%의 참여자들이 6월 미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조만간 FOMC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성급한 바람이라는 느낌이 있다. 미국의 실물 경제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직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고 실업급여를 청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미국 실업률은 3월에도 3.5%로 낮았다. 유통산업에서의 매출과 제조업 생산도 건실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계 불안이 완전히 진화됐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하고 일치된 대응으로 SVB 파산의 충격 파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좋고 미국 인플레이션율은 중앙은행의 목표보다 여전히 높다.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다시 하락하고는 있지만 4월 중순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월에 비해 크게 상승해 인플레이션 위험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한다면 미국 중앙은행의 조속한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의 조속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것처럼 급속한 금리 인상 역시 어려워 보인다. 먼저 물가상승 압력이 많이 약해졌다. 3월에 다시 상승하던 인플레이션율이 4월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세계 공급망이 붕괴할 것이라는 불안도 최근 국제 화물 운송 운임이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판단된다. 약화된 물가상승 압력에 더불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 중앙은행이 다시 급속하게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달 초 산유국 협의체인 OPEC+ 국가들이 갑작스럽게 결정한 원유 생산량 감축은 현재까지는 원유가격을 크게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에 불확실성을 추가했다.


대외 정세의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정치 불확실성도 미 중앙은행의 경제 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 의회와 정부의 갈등으로 미 연방정부의 채무 한도 조정이 여름까지 타협되지 않으면 2011년과 같은 채무한도 조정 실패 위기 (debt-ceiling crisis)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의 약화, 채무한도 조정 실패 가능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작년 하반기와 올해 초에 있었던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 충격은 항상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 예측은 어렵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거나 베이비스텝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하로의 방향 전환은 현재 시점에서는 일러 보인다. 또 미 중앙은행이 베이비스텝을 밟는다면 미국에서 채무한도 조정 실패 위기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원화가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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