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부당한 과로를 막을 책임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심각한 과로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의 숙원인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은커녕 현장 규율하기에도 근로감독관 수가 태부족인 상황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18개 부처의 2022년 연차휴가 평균 미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부는 평균 연차 휴가일 18.44일 중 46.8%(8.63일)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는 전 부처 중 꼴찌다. 두번째로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로 7.94일이다.
고용부가 과로에 내몰린 원인은 근로감독관 부족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근로감독관은 총 3122명이다. 이 중 장시간 근로가 포함된 근로감독 분야 감독관(근로감독관)은 2307명, 산업안전 감독관은 815명이다. 하지만 3122명이 맡아야 할 사업장은 71만1000여곳(2020년 기준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이른다. 감독관 수와 비교하면 약 228배다.
감독관 수가 실제로 일어난 현장 사건에 비해서도 너무 적다. ‘법정 근로조건이 부당하다’고 고용부에 신고된 건수는 2021년 31만4308건을 기록했다. 법정 근로조건은 임금, 근로시간, 유급휴일, 휴가 등을 일컫는다. 신고 건수를 보면 근로분야 감독관 2307명 대비 약 137건이다. 임금, 근로시간과 직결되는 임금체불 건수는 2021년 16만304건으로 해당 근로자는 24만7005명에 달한다. 감독관 1명이 약 70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감독관은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지 오래다. 2021년 정기감독 사업체는 7371곳, 수시감독 사업체는 3711곳이다. 여기에 두 감독 보다 조사 기간이 긴 특별감독은 2021년 9건 이뤄졌다. 작년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중대재해법 수사가 업무로 늘어났다. 여기에 ‘현장점검의 날’과 같은 정기적 현장 감독도 이뤄진다. 이로 인해 겹치기 감독이 심해졌지만, 인력 충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정부는 전 부처 인력 감축을 국정 방향 전면에 내걸었다. 정부 임기 5년간 정원 5%를 줄일 방침이다.
고용부는 공무원 준비생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피부처로 통한다. 업무량이 과도한데다 감독관 같이 현장 행정이 다른 부처에 비해 너무 많아서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민적 관심인 노동 개혁을 맡고 있다는 부담감도 토로한다. 고용부가 추진하려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도 현 인원과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0일 정책 브리핑에서 근로감독권 충원에 대해 “감독관이 보강됐다고 하지만,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