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등 당국이 삼천리(004690)·하림지주(003380)·대성홀딩스(016710) 등 8개 상장사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두고 본격 조사에 나섰다. 당국은 해당 기업 주가 흐름에 이상 정황이 있다고 보고 범죄 수익 가능성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프랑스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너랄(SG)증권 창구를 통해 8개 상장사에 대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 특히 이들 종목이 주가조작 대상이 된 건 아닌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JTBC는 지난 24일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 8개 가운데 최소 6개 종목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특정 일당이 전문직·연예인 등에게 투자받아 해당 주식의 가격을 3년간 조금씩 끌어올렸다는 내용이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정황에 특이점이 있다고 보고 범죄 수익이 있는지 등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하한가 문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017390)·세방(004360)·다올투자증권(030210)과 코스닥시장의 하림지주·다우데이타(032190)·선광(003100)은 24일 오전 9시 30분을 전후해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했다. 해당일 주식시장에서 하한가로 마감한 종목은 이들 8개뿐이었다. 이들은 △SG증권 창구를 통한 대량 매도 △최근 몇 달간 주가 상승 △높은 신용 융자 거래 비율 △높은 대주주 지분율과 적은 유통 물량 등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다올투자증권과 선광·세방·다우데이타 신용 잔액률은 이달 21일 각각 14.5%, 12.5%, 12.1%, 10.9%에 달했다. 주가의 경우 하림지주가 올 들어 21일까지 113% 급등했고 다올투자증권(85%)과 세방(44%), 다우데이타(40%) 등도 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대성홀딩스와 서울가스는 최대주주로 묶인 지분율이 각각 72.74%, 75.86%에 이른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애초 SG증권과 계약을 맺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CFD는 고객이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총수익스와프(TRS)의 한 종류다. 증거금 40%만 있으면 2.5배까지 차입을 일으킬 수 있다. 차입 거래를 하는 만큼 상환 시기가 다가오면 이를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만약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문제는 CFD 거래는 전문 투자자들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정 사모펀드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종목만 골라 무리하게 차입 거래를 했다가 만기를 연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선광 등은 이날 오전 또 다시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과 하림지주도 급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