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본격적인 빅테크 실적 발표를 앞두고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29% 내린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09%, 0.20% 올랐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514% 정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날은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어닝 공개 전 12.32% 올랐던 퍼스트리퍼블릭은 실적을 내놓은 뒤 20% 넘게 하락했죠. 코카콜라는 어닝과 매출이 월가의 예상을 깼지만 소폭 하락(-0.16%) 마감했는데요.
디즈니는 이날부터 두 번째 단계의 정리해고를 시작, 지금까지의 감원 규모가 4000명에 달합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독일 경제가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오늘은 지역은행 상황과 상업용 부동산, 증시 전망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지역은행부터 보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이번 주 어닝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비용절감 조치가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와 코카콜라처럼 강력한 브랜드와 점유율을 갖고 있는 기업의 가격 결정력, 퍼스트리퍼블릭 뱅크 등 3가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퍼스트리퍼블릭은 예금 안정과 자금 조달비용 증가, 대손충당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며 이 세 가지는 앞으로 몇 달, 몇 분기 동안 지속될 요소”라고 분석했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은 3월 은행 위기 때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피해를 가장 크게 본 곳 중 하나입니다. 엘 에리언이 이번 주 세 가지 핵심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인데요.
이날 나온 퍼스트리퍼블릭의 실적을 보니 예금이 1044억7400만 달러로 지난해 말(1764억3700만 달러)보다 무려 40.78%나 급락했습니다.
팩트셋은 1분기 말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잔액을 1400억 달러, 블룸버그는 1370억 달러로 예측했는데 그보다 훨씬 안 좋은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 1044억 달러에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 같은 대형 은행의 공동예금 30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는 건데요. 이를 제외하면 감소율이 57%를 넘습니다. 1분기 순이자이익은 9억2300만 달러로 지난해 4분기(11억7400만 달러)를 비롯해 작년 1분기(11억4500만 달러)보다 줄었고, 순이자마진도 1.77%로 지난해 4분기(2.45%) 대비 급감했죠.
은행 측은 “3월27일 주부터 예금이 안정화했고 4월21일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4월21일 기준 예금은 1027억 달러로 3월 말보다 1.7%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해명했는데요. 앞으로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전략적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죠. 전략적 옵션이란 매각이나 외부 투자유치, 증자 등이 될 텐데요.
최근 예금이탈이 잦아들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지난 달 뱅크런 규모가 생각보다 컸으며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 지역은행 문제는 단기전이 아닌 중장기전인데요.
많은 지역은행들이 예금인출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더라도 ‘예금 조달금리 증가→은행 이익 감소→대출 축소→경기둔화→연체 증가→은행 이익 감소’의 악순환을 겪을 수 있습니다. 예금 감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출 축소 요인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은행은 돈을 벌어 자본을 늘리고 충당금을 쌓으며, 대출을 늘리려고 하는데요.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은행 수익성이 10% 하락하면 대출이 2% 줄어듭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3~0.5%포인트(p) 감소할 수 있다고 하죠.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국적으로 일어 나고 있는 일은 지역은행들이 대출을 동결하거나 앞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올 연말에는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거나 대출금리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있다”며 “지금의 은행 위기는 (야구로 따지면) 7회가 아니라 2회나 3회에 있다”고 전했는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 말씀 드리지만 이 대출 축소 움직임에 상업용 부동산이 빠질 수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1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이 12.9%로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 2000년 조사 시작 이래 최대”라며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깊은 침체를 피하고 금리가 빠르게 떨어진다면 1990년대 초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덜 심각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로 인한 사무공간 수요감소가 겹치면서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과거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코스타는 이메일과 줌(Zoom), 드롭박스(Dropbox) 덕에 직원 1인당 사무 점유 공간이 2015년보다 12% 줄었다고도 했습니다. 이 자체가 부동산 수요 감소요인이라는 거죠.
지역은행의 여파는 중소기업에도 큽니다. 종업원이 100명 미만인 기업의 경우 상업 및 기업대출의 70%를 자산 규모 2500억 달러 미만 은행에서 받고 나머지 30%는 100억 달러 미만 은행에서 빌린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말 현재 자산규모 12위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자산규모가 2980억 달러, 13위 시티즌스 뱅크가 2264억 달러로 중소기업 대부분이 지역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보면 됩니다.
100명 미만 기업은 미국 민간고용의 약 3분의1, 총생산의 4분의1을 차지하는데요. 지역은행이 상업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일자리와도 연관돼 있는 겁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위기는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적 영향은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제한되고 자본이 감소한 은행들은 훨씬 더 조심스러워질 것이며 대출 기준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며 “은행들은 중소 주택 건설업체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는 △은행 시스템 취약 △임대료 하락 △차량 가격 연말께 둔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 큰 틀 하락 △고용 둔화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지역은행 문제가 작지 않다는 건데요.
마크 잔디는 “우리는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p 올려 기준금리가 5%를 넘을 것이라고 보지만 연준이 5월에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 위기의 여파는 연준이 2~3번 0.25%p의 금리를 인상한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현실은 무디스도 인정했듯 5월 0.25%p 인상,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로 한 번 더 올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쪽에 가까운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0.25%p 인상 확률이 오후3시8분 현재 91.4%로 90%를 넘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관건인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만약 여러 분이 저를 섬에 두고 1년 동안 거기에 머무르라고 한 뒤 1년 뒤에 와서 저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고 해보자”며 “이 질문은 미국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 줄 것이며 나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업데이트된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 캐스트를 보면 4월 CPI가 전월 대비 0.59%, 전년 대비 5.17%로 예측되는데요. 근원 CPI는 전월이 0.46%, 전년이 5.56%로 추정됩니다. 여전히 너무 높죠. 블룸버그는 헤지펀드들이 국채금리 상승에 베팅하고 있으며 공매도가 역대 최대 수준이라 했습니다. 최근 5주 연속 공매도가 증가하고 있다는데요.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이날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위해) 월 10만 명 이하의 일자리 증가와 함께 임금 인플레이션이 전년 대비 3.5% 수준으로 떨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3월 기준 최근 3개월 평균은 일자리가 34만5000개, 임금 상승률이 5%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갈 길이 남았다는 건데요.
연장선에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타깃(2%)으로 확실히 돌아가는 것을 보기 원하며 이를 위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본다”며 “1970년대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웰스 파고 역시 “여전히 경기침체가 가능하며 5월 0.25%p 금리인상이 한 번 있은 뒤 연말까지 동결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은행 위기가 없었다면 몇 번 더 금리인상이 있었을 수 있지만 금융부문의 어려움이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감소시켰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는 지속하고 있죠. 금리선물시장은 연말까지 0.5%p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책정하고 있는데요.
이와 맞물린 달러약세 전망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CIO는 “3월 공급관리협회(ISM)의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미국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성장 프리미엄이 줄어들 것이다. 미국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도 냉각되고 있다”며 “연준은 5월에 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주요 중앙은행보다 금리를 먼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달러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며 향후 6~12개월 간 유로화 대비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는데요. 가장 선호하는 통화는 호주 달러라고 하기도 했죠.
시장 상황 더 보겠습니다. 내일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시작으로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가 시작돼 이날은 투자자들이 상황을 지켜본 측면이 있다고 하는데요. 크리스 자카랠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어닝이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고(wait and see) 있다”면서도 “이미 올해 상당히 상승했기 때문에 어닝 때문에 더 오르기 위해서는 좋은 소식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나일스는 “빅테크 어닝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죠.
걱정의 목소리는 더 있는데요.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어닝에 대한 우리의 비관적인 전망을 고려할 때 주가에 단기적인 위험이 있다”고 했고, 오펜하이머의 수석 투자 전략가 존 스톨츠푸스는 “연준이 언제까지 금리를 인상할지, 그 전에 침체에 빠질지 같은 두 가지 불확실성이 시장에 남아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메인 스트리트 리서치의 CIO 제임스 덴머트의 생각은 약간 다른데요. 그는 “베어마켓의 막바지 단계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며 “과대평가됐거나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는 기업이 있을 수 있지만 베어마켓은 거의 끝났고 새롭고 흥미로운 불마켓이 하반기에 기다리고 있다”고 점쳤습니다.
부크 리포트의 저자인 피터 부크바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데서 시작하는 랠리를 놓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반면 리사 샬렛 모건 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CIO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이며 소프트랜딩이 가능하고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것이라는 강세장에 대한 이야기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의 통화긴축과 지역은행의 대출 감소에 따른 후폭풍이 기업들의 어닝 가이던스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추가로 이날부터 하루짜리 새 변동성 지수(VIX)가 나온다는 것, 전해드렸는데요. VIX1D로 이름이 붙었습니다. WSJ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뱅크 파산 과정에서 VIX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었다”며 “당시 VIX는 38.8% 올랐는데 시험 삼아 해본 VIX1D로는 162.7% 폭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소 과장될 수는 있지만 VIX1D가 시장 상황을 좀 더 정확히 전달해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죠.
오늘도 마이크 쿠드질 핌코의 매니징 디렉터는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는데요. 우선은 빅테크 어닝을 잘 봐야겠지만 계속 불안한 거시경제 요인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겠습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