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갱신 시 기존 계약보다 전월세 금액을 낮게 계약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동일 조건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으로 풀이된다.
25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023년 1분기 전국의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월세 갱신 계약 8만 2135건 가운데 종전보다 감액한 계약은 2만 537건으로 25%에 육박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갱신 계약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분기별 최고치이며, 지난해 4분기(13%)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감액 갱신 비율이 65%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세종(48%) △울산(35%) △충남(32%) △부산(31%)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23%, 경기가 29%, 인천은 30%의 전월세 갱신계약이 이전보다 낮게 거래됐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의 감액 갱신 비율이 31%로 가장 높았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13%, 오피스텔은 10%, 단독/다가구 주택은 6%가 더 낮은 가격에 갱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감액 갱신 계약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역전세난’이 꼽힌다. 전세가 급락으로 집주인이 동일 조건으로 새 계약을 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와 합의해 종전 계약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재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금리 인상과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 거래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고 있고, 강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하여 전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년 전 2%대 전세 대출 금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진 전세 이자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당분간 전월세 감액 갱신 계약 비율은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3월 전국 전세수급동향지수는 79.3으로 2년 전 108.8 대비 27%가 줄어들었다. 감액 갱신 계약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대구의 경우는 69.7로 2년 전 121.0 대비 42%가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