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첨단 분야에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확대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회의론에 직면했다.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데는 성공하는 듯 보일지 몰라도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모자라고, 결국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 시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이 인력 경쟁을 촉발할 뿐 정작 물가를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IRA 및 반도체지원법이 통과된 후 산업계에서 발표한 신규 투자는 총 2040억 달러로 2019년 보다 20배 증가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후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미국에 와서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정작 일할 사람은 없다”며 “신규 투자 기업에 맥도날드 직원을 데려다 앉힌다든지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추가 인력 수요는 건설 분야에서만 5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건설산업협회는 IRA 등 제조 지원 법안으로 발생하는 추가 건설 근로자 수요가 54만 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기술직도 마찬가지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반도체 등 산업 전반에 걸쳐 30만 명의 엔지니어와 9만 명의 기술자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에 IRA가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제조업 재건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의미하는 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가까운 시일 내 4%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골드만삭스 등은 IRA에 규정된 청정에너지 보조금 예산이 3690억 달러지만 한도 제한이 없어 실제로 시중에 풀리는 돈은 1조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특히 IRA 등의 기본 구상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TSMC 창립자인 모리스 창은 지난해 한 행사에서 미국의 반도체 생산 기지 이전 노력을 “매우 비싼 헛수고”라고 직격한 바 있다. 제조 인력 부족과 운영비 때문에 대만 내 생산보다 50%나 더 비싸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경제책임자인 이선 해리스는 “이런 제도는 자유시장을 왜곡하게 된다”며 “효율적인 방법이 적어도 보조금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