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운다. 연 30GWh(기가와트시) 이상 규모로 양 사의 투자 금액은 30억달러(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에 이어 GM과도 배터리 합작 투자에 나서며 현지 3대 완성차 업체 중 2곳과 동맹을 맺게 됐다.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K배터리의 위상이 북미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미국 GM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두 회사는 이날 공장의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이상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에서는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 향후 출시될 GM 전기차에 전량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GM이 삼성SDI와의 동맹을 택한 것은 원통형 배터리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제작 공정이 편리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완성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점검하는 등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양 사의 대규모 투자가 전격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GM은 그동안 파우치형 배터리를 고집해왔지만 원통형 배터리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제작 공정이 편리해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려는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큰 이유다. 특히 테슬라가 대형화된 원통형 배터리의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GM도 자극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 원통형 배터리는 빈 공간이 생기는 둥근 모양 탓에 각형이나 파우치형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았지만 배터리셀을 차체에 바로 장착하는 ‘CTC(셀투섀시)’ 기술과 성능 향상 등으로 이를 극복했다.
삼성SDI와 GM의 합작법인 설립이 한미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을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는 방증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양국 정상이 밝힌 '한미동맹의 발전'의 한 사례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이번 삼성SDI와 GM의 협력으로 구체화됐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방미 기간 중에 삼성SDI와 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발표가 나왔다”며 "두 나라 간 대기업의 협력을 넘어 '기술동맹'으로서의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합작공장 3곳을 연 145GWh 규모로 가동 또는 건설하고 있다. 앞서 네 번째 합작공장도 LG엔솔과 협상을 벌였지만 투자 부담을 느낀 LG엔솔 대신 삼성SDI가 최근 새로운 파트너사로 급부상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2025년 가동하는 데 이어 GM과도 손을 잡으면서 북미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미국에 신규 일자리 수천 개가 창출되고, 국내 협력회사들의 미국 진출이 확대돼 소부장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