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자산 규모 900조 원 이상인 국민연금기금이 지난해 연간 최대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주 본사 외에 서울에 투자 조직을 상주시키고 전문성을 갖춘 투자 인력에 대한 자율성과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연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이스란 연금정책국장,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신왕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 이수철 NH투자증권 운용사업부 대표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년(2008~2022년)간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5.1%다. 이는 노르웨이·네덜란드 연기금과 비슷하고 캐나다(7.6%)보다는 낮지만 일본(3.8%)보다 높은 수준이다.
남 위원은 장기 수익률을 높이려면 전략적 자산 배분을 고도화하기 위해 제도 운영(국민연금공단)과 기금 운용(기금운용본부)을 분리하고 기금운용본부 등 전문가 집단이 전략적 자산 배분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략적 자산 배분은 통상 5년 주기로 전체 자산을 주식형과 채권형 등 특성에 맞게 얼마나 배분할지 결정하는 목표다. 현재 국민연금 투자 수익에 90% 이상 영향을 끼친다.
남 위원은 기금운용위원회를 비롯해 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 다양한 주체가 형식적인 활동만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투자 판단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남 위원은 국민연금의 해외 직접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현재 추진력은 떨어진 상태다. 국민연금은 뉴욕·영국·싱가포르에 있는 각 사무소에 투자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투자 운용역을 숫자를 늘리는 해외 사무소 역할 강화 전략을 추진했지만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 축소 정책에 막혔다. 해외 투자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보상도 부족한 상황이다. 남 위원은 정부가 일반적인 공공기관 보수 규정과 달리 적용해 입법 예고한 ‘우주항공청 설치법’을 기금운용본부 운영에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박영규 성균관대 교수는 “해외 직접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하려면 이들을 관리·감독할 최고의 기금운용본부장(CIO)을 뽑기 위해 대우와 권한을 줘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인력 이탈의 최대 원인인 30~40대 운용 인력을 위해 전주에 교육과 거주 환경 인프라를 마련하는 동시에 서울사무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기금운용본부 CIO 직무대행을 지냈던 이 대표는 “현재도 여전히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효율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여지가 많다”면서 “목표를 수익으로 명문화하고 CIO가 정부·국민연금공단·정치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이 고수익만을 추구할 경우 위험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국민연금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의 운용 성과는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상황이나 수익 제고를 위해 기금운용위를 가입자 추천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 원장은 “현재 기금운용본부 대체투자 시스템에서는 대체투자 확대가 오히려 과부하일 수 있다”며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대체투자 운용역들을 서울 혹은 인천공항과 해외 사무소에서 근무하게 하거나 재택·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연금 개혁 방안을 담아 올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