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예상·투자 재검토" 웨이브, OTT 경쟁 속 살아남을 전략(종합) [SE★현장]

웨이브 이태현 대표 / 사진=웨이브 제공

OTT, 콘텐츠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웨이브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 여러 콘텐츠에 투자하지 않고, 효율성 높은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웨이브가 1,213억 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딛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2023년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가 진행됐다. 웨이브 이태현 대표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는 "웨이브는 지금까지 다른 제작사가 다루지 않는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건 아니지만, 공개되면 타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유 레이즈 미 업', '트레이서', '약한영웅', '피의 게임' 등 다른 곳에서 다루지 않는 스토리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포장해 국내 플랫폼 현식으로 유통하는 게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소개했다.




작년 웨이브는 '약한영웅'의 해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을 받았고, 화제성도 높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화제성으로 1위를 했다는 건 고무적인 성과"라며 "제작비가 블록버스터 급으로 든 건 아니지만, 그 정도의 효과를 냈다. 지금도 글로벌에 판매돼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약한영웅'이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올해도 웨이브의 다양한 작품이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는 "3, 4년 전처럼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해 많은 라인업을 준비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피의 게임2', '거래' 등 6~7개의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라며 "올해 국내 경쟁력에 큰 안정판 역할을 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강조했듯, '피의 게임' 시리즈는 웨이브에 중요한 콘텐츠다. 오는 28일 공개되는 시즌2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스토리와 제작 방식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은 소중하다. 웨이브에 가입을 하고 제일 처음 본 콘텐츠가 중요한 지표인데, '약한영웅'과 '피의 게임'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피의 게임2'도 높은 수치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제작본부'와 같은 미드폼 전략도 앞으로 펼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플랫폼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시청 점유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롱폼이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미드폼이 더 쉽고, 소비 가능한 콘텐츠다. 숏폼과는 다른 방향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상파 PD들과 OTT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웨이브도 SBS 배정훈 PD와 '국가제작본부'를 론칭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내 후배 PD들이다. 환영한다"며 어느 플랫폼이든 제작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산업이 커져야 플랫폼도 득을 보는데, 지상파 PD들도 당당히 경쟁하길 바란다"고 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1,213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생각했던 것보다 적자가 컸지만, 결국 해답은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자를 내기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상상 이상으로 나긴 했다. 좋은 스토리를 좋은 크리에이터가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전략"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장 1, 2년 안에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시장이 어렵기에 글로벌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글로벌 플랫폼들은 투자금을 잠그고 있는 시점인데, 웨이브도 마찬가지다. 전략적으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비용 효율적인 작품을 더 많이 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넷플릭스는 4년간 K콘텐츠에 약 3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이 대표는 토종 OTT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나쁜 소식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건 반대"라며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경쟁이 되고, 글로벌 OTT가 K콘텐츠에 투자하는 건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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