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체인력 부족한 중기부터 '육휴 수당' 시범 운용…지급 방식·대상 등 검토

■나랏돈으로 '육휴 공백' 지원
출생 87개월째 급감에 파격대책
동료 업무부담 줄여 육휴 활성화
정책 사각지대 없애기 명분 불구
"또 돈 풀어 해결하나" 여론 부담

정부가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분담하는 동료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은 동료 눈치에 육아휴직 사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육아휴직제도 활용이 어렵다’고 응답한 사업체(13만 1574곳)의 39.3%는 그 이유로 ‘직원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 부담’을 꼽았다. 설상가상으로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워 남은 동료의 업무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저출산 대응 정책 설계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결혼 연령이 높아져 35세 이상 산모의 비중은 2011년 18.1%에서 2021년 35.0%로 급증했다”며 “나이가 들수록 전문성이 필요한 관리 직책에 있는 경우가 많아 대체 인력을 찾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 공백을 남은 인력끼리 메운다는 기업체는 전체의 46.3%에 달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다는 인식에 저출산의 굴레는 더 깊어지고 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인구동향’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2월 출생아 수는 1만 9939명으로 동월 기준 역대 최소치였다. 여기에 2015년 12월부터 87개월 연속 월별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보다 줄어들고 있다.


감소 속도도 빨라져 1~2월 합산 출생아 수는 2021년 4만 6200명에서 지난해 4만 5370명, 올해 4만 3118명까지 떨어졌다. 감소 폭이 830명에서 2252명으로 2.71배 커졌다.


정부가 육아휴직제도 활성화를 위해 돈까지 푸는 고육책을 검토하는 이유다. 문제는 제도를 구체화하기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사람이 명확하지 않거나 다수일 경우 수당을 나누기 까다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육아휴직자가 발생한 팀에 수당을 주고 업무 분배 방식에 따라 알아서 수당을 나누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경우 수당 분배에 대한 감독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재원 마련도 과제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여의치 않고 정책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16년간 280조 원을 투입하고도 저출산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큰데 결국 또 돈을 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한 여론 부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본회의에서 이번 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가 크다.


다만 저출산 극복을 위해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한 만큼 중소기업 혹은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직종부터 시범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참고 사례도 있다. 상반기부터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인 경상북도의 경우 도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계속 신청을 받고 있다. 대체 인력을 구할 때까지 업무를 대행하는 동료에게 최대 6개월간 월 30만 원씩 지원하되 업무 대행자가 복수인 경우 최대 2인까지 각 15만 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올해 23개사 지원을 목표로 예산 5500만 원을 편성했다”며 “내년에는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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