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KG모빌리티)를 품은 KG그룹이 한때 쌍용차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전기버스 제조사 에디슨모터스마저 인수를 추진한다. 그동안 구조 조정 기업 투자로 성장한 KG그룹은 자동차 업계 내에서도 인수합병(M&A)의 보폭을 늘리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KG모빌리티를 에디슨모터스의 기업회생 인가 전 M&A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정하고 이달 21일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비공개 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KG그룹 내 KG모빌리티를 포함한 중견기업 및 재무적투자자(FI) 3~4곳이 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전북 군산, 경남 함양 공장을 포함한 지분 100%로 에디슨모터스의 잔존가치는 450억 원으로 파악됐다. 다만 입찰 후보들은 이보다 높은 500억~600억 원 사이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우협을 선정한 뒤 공개 입찰을 한 번 더 실시해 선정한 후보가 기존 우협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협이 인수자가 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KG모빌리티를 우협으로 선정한 뒤 5월에 추가로 공개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스토킹호스는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매각 방식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쌍용차 인수 입찰에 참여해 계약금 305억 원을 납입했으나 전체 인수금 조달에 실패했다. 이후 에디슨모터스는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허가해 회생과 매각 절차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은 816억 원, 순손실은 382억 원을 기록했다.
KG모빌리티 측은 “에디슨모터스가 자체 기술력뿐 아니라 영업망도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 제고를 통해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다”면서 “KG모빌리티와 동남아시아 버스 사업 등 해외시장도 함께 개척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인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KG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가 영업망을 회복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켜 조속한 시일 내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다.
에디슨모터스는 1998년 한국화이바의 차량사업부에서 출발해 2010년 상업용 전기저상버스를 처음 출시했다. 이후 여러 차례 손바뀜을 거쳐 2017년 강영권 회장이 인수한 뒤 사세를 키웠다.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 수원·부천, 제주도에 친환경 전기버스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버스에 특화해 소재와 전자제어, 모터 기술을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전기버스와 트럭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KG그룹은 비료 회사인 경기화학(KG케미칼) 인수를 시작으로 시화에너지(KGETS), 옐로우캡, 제로인, 웅진패스원, 이데일리, KG이니시스, 에듀원, KFC코리아, 할리스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특히 KDB산업은행 밑에서 구조 조정 중이던 동부제철(KG스틸)을 2019년 인수한 뒤 1년 만에 흑자 전환해 그룹 내부에서 가장 성공한 인수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KFC코리아는 인수가 이하로 매각했으며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은 KGETS의 폐기물사업부는 높은 가격에 팔아 쌍용차 인수에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쌍용차를 인수해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꿨으며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KG모빌리티는 내연기관 차량만 제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차 제조 플랫폼을 2025년까지 도입할 계획이어서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제조 역량을 확보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