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알박기’ 국토연구원장, 임기 1년 반 남기고 돌연 사임

前정권 부동산정책 설계 핵심인사
재작년 이례적 재선임 임기연장
"강남 집값 급등, 언론 탓" 빈축 사
文임명 정해구 이사장 등 거취 관심


국토교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강현수(사진) 원장이 임기를 1년 6개월이나 남겨두고 돌연 사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기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사로 대선을 넉 달여 앞둔 시점에서 재선임돼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음 달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국책연구원장들의 거취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전날 강 원장을 의원면직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원장의 임기는 내년 10월 말까지다. 임기를 1년 6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강 원장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2018년 7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 기관 중 한 곳인 국토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2021년 11월 강 원장은 3년 임기를 모두 마치고도 이례적으로 재선임을 통해 임기를 3년 더 연장했다. 20대 대선을 불과 넉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그가 원장으로 있던 2021년 9월 국토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오른 건 언론 보도 영향이 크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연구원은 자료를 통해 “서울과 강남 3구 집값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진 것은 최고가 경신을 다룬 언론 보도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긴 셈이다.


강 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국책연구원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각각 지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황덕순 노동연구원장이 지난해 7월 스스로 물러난 데 이어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지난해 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반면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과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장, 박종규 금융연구원장 등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을 총괄하는 경사연의 정해구 이사장도 여권의 거듭된 사퇴 요구를 받고 있지만 “남은 임기까지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장은 경사연 원장 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경사연 이사장이 임명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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