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번역과 요약뿐만 아니라 영어로 메일을 써주고 PPT 자료까지 작성해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어 교육에 대한 니즈는 어떻게 바뀔까.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어 에듀테크 스타트업 링글을 운영하는 이승훈 대표 겸 창업자가 실리콘밸리 산마테오 링글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어 실력에 따라 챗GPT로 창출할 수 있는 생산성이 달라진다”며 정교한 영어에 대한 니즈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영어로 입력을 했을 때와 한국어로 입력을 했을 때 결과물이 다른 데다가 프롬프트(명령)도 추상적으로 말하면 추상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만큼 영어를 잘 할 수록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며 “실제로 이 같은 수요를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특정 입력을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해주는 데 특화돼 있다. 챗GPT가 내놓는 결과물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최적의 결과물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키워드를 바꿔서 물어보거나 상황 문맥에 따라서 계속해서 교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맥을 계속 파악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원어민의 관점에서 어떻게 느낄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 데 이는 챗GPT가 다 채워줄 수 없다”며 “챗GPT가 잡담(스몰 토크)과 발표까지 대신 해줄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최근 링글은 카이스트 전산학부의 김주호 교수팀과 함께 AI 기반 영어진단평가(CAF) 모델을 내놨다. 이용자가 일대일로 튜터와 수업을 하고 나면 수업 내용 데이터를 가지고 영어 실력을 진단하는 모델이다. 수업이 끝나고 튜터가 교정해준 부분 외에 아쉬운 점을 AI엔진이 추가로 메꿔주는 구조다. 수업을 듣고 나면 어디까지 맞는 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찾아오는데 그때 CAF 모델이 학습 내용을 교정해주고 나만의 맞춤형 답안지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CAF 모델은 영어 실력을 진단하는 데 있어 복합성(Complexity)·정확성(Accuracy)·유창함(Fluency) 등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AI 엔진이 이용자 맞춤형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해주는 모델이다. 기존에 문법의 정확성을 인식하는 모델은 비교적 폭넓게 보급돼 있었지만 복합성과 유창함을 진단하는 모델은 드물었다. 특히 새로워진 점은 기존에는 진단하기 어려웠던 불완전한 텍스트나 문장이나 어절 사이의 침묵이나 끊김까지 ‘유창함’이라는 항목 하에 진단 대상으로 넣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AI가 음성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얼마나 끊김없이 이야기하는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쉬는지 분석해 어색한 구간을 자동으로 잡아낸다”며 “인간 튜터가 잡아낼 수 없는 부분을 AI 진단 엔진이 보완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모델을 개발한 김 교수는 “학습자가 구어체를 구사하다 보니 음성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불완전한 부분이 있다”며 “AI가 감지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문장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 지 역시 영어 실력을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복합성 항목의 경우 챗GPT를 활용해 학습자가 특정 단어를 반복할 경우 그 상황에 맞는 적합한 단어를 추천해주는 기능도 탑재해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5년 간 일한 뒤 스탠퍼드 경영학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이후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교육 시장의 학습 공급자가 국내에 있는 외국인 또는 한국인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이후 2015년 미국 명문대생을 튜터로 연결해주는 온라인 기반 영어 교육 서비스를 내놓은 뒤 8년째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링글 직원은 80명, 튜터는 1500명에 달한다.
링글의 가장 큰 특징은 튜터의 교육을 표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양한 전공과 배경 지식을 가진 튜터들은 저마다 다른 스타일의 수업 방식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처음에 튜터를 영입할 때 좋은 태도를 가진 튜터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며 “1500명 가량의 튜터가 이용자들에게 선택을 받는 구조인 만큼 리액션이 좋고 수업 태도가 괜찮은 튜터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링글에 있는 직원들은 공학 전공자와 교육학 전공자를 비롯해 다양한 전공이 있지만 정작 영어만 전공한 사람은 없다. 그는 “그간 영어교육 전공자들에게 배웠지만 영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접근했다”며 “수요자의 입장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링글 수업 자체를 수동적인 학습자가 능동적인 학습자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로 봤을 때는 매주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특정 기간에 몰아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주 주 1~2회 하는 사람이 있는데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효율이 가장 좋다”며 “불편하더라도 2~3달을 하다 보면 능동성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메티큘러스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영어 교육 시장은 매년 연평균 9.5% 성장해 2029년 696억2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같은 성장세는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빠르다. 이 대표는 “현재는 90%가 우리나라와 해외에 있는 한국인을 바탕으로 이뤄지지만 조만간 시장을 아시아와 10대로도 확장할 예정”이라며 “이보다 중요한 목표는 주 1회 꾸준히 수업을 듣는 이용자 비중을 50%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링글은 올해 중 10대를 위한 서비스도 내놓아 이용자층도 확대하면서 성장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