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국 여러 주의 주지사들은 물론 중동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방문해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투자 유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저희 같은 기업이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세제 지원이 필요합니다.”
박용(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지원센터장(상무)은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바이오협회 주관으로 열린 ‘바이오경제 미래전략 포럼’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동향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하던 박 센터장은 “다 큰 애 우는 소리”라고 입을 뗀 뒤 “현재 백신 산업에 한정돼 있는 국가전략기술 대상(001680)이 ‘바이오의약품’ 산업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9월 송도에 35만 7000㎡ 규모의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를 확보하고 7조 5000억 원 투자를 결단했다. 지난달 증설을 결정한 5공장에만 약 2조 원이 투입될 예정인 가운데 투자액 대비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박 센터장은 “7조 5000억 원 이상 투자로 향후 발생할 감가상각, 인건비 등 비용 구조로는 정부의 도움 없이 대기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 이후 자국 바이오 생산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해외 국가나 지역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유치전 사례를 덧붙였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경쟁자들은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박 센터장은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내부 CDMO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론자(46만ℓ), 우시(45.6만ℓ) 등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생산능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우시 등 경쟁자들이 언제 치고 나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여전히 크다. 지난달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해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3%에서 8%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날 포럼에서는 산업계의 정책 지원 요청과 함께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한 총체적인 전략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임정수 맥킨지 파트너는 ‘글로벌 바이오경제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400여 가지 사용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분석한 결과 바이오 혁명을 통해 2030년에서 2040년까지 연간 2조~4조 달러(2600조~5300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절반 이상이 기존 헬스케어만이 아닌 농업, 식량, 소비재, 에너지 등 2차 확장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광범위한 바이오 영역에서 산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미국의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에 이어 지난달 제출된 전략보고서가 ‘경제’가 아닌 ‘사회’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연구위원은 “바이오경제는 이미 시작됐고 성장 가능성은 당연하다”며 “바이오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기술 장벽을 해소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수요자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데이터와 시스템의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모두 바이오경제를 특정 부처에서 주도하지 않고 범부처로 하는 것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책이 조정될 수 있도록 혁신 생태계를 연결하는 접근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업계와 학계 전문가 의견을 담아 ‘바이오경제 2.0 전략’을 수립하는 등 향후 바이오경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속 적인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탄소, 수소, 디지털 등 경제를 붙인 산업에 자칫 놓치는 부분 없이 전략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바이오의약품 제조 초격차 확보와 함께 바이오 데이터, 소재, 에너지, 식품 등 미래 유망 바이오 신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 바이오경제 종합전략인 ‘바이오경제 2.0 전략’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