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일 양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추가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이른바 ‘신냉전’ 구도 속에서 중국·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그리는 안보전략의 큰 그림이 잘 돌아가려면 한일 양국 간 협조가 필수적인 탓이다.
NYT는 “한일 양국 간 반감은 미국이 구사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약한 고리”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에 윤 대통령 방미 기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가 한일 간 긴장 완화의 흐름을 이어갈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 미중 갈등 같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 파트너를 동원하는데, 이 과정서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화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라는 게 NYT의 해석이다. 특히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부각됐고, 미국으로선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반도체용 소재·장비에 강한 일본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 신문은 한일 관계 회복이 아시아는 물론 그 외 지역에서도 미국 정부의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 미국으로서는 동맹국 간 결속 강화를 통해 블록을 형성함으로써 중국 등을 포위하려는 방향성에 힘을 싣기 용이해진다.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 등 각종 다자간 협의체로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노력도 탄력을 받게 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한미일 3국 관계를 가리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비전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국무부 당국자들이 급 국무부 당국자들이 이 중대한 동반자 관계에 많은 시간을 들여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한일 양국 역시 최근 급변하는 지정학적 정세 속에 독자적 대응이 어려운 문제들이 늘었고, 따라서 미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졌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두 나라 공히 중국이 미국의 힘이 약해진 세계 질서를 상정하며 대안적 비전을 추진하는데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북한이 점점 핵·미사일 발사 기술 수준을 높이는 점도 위협요소다.
특히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배경으로 항상 제기되는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미국이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내년 대만 총통 선거 등을 앞두고 양안 관계가 불안한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는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대만을 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곤 한다. 이 경우 북한도 전쟁에 나설 수 있으며, 이에 대처하려면 한일 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NYT는 “현재, 미국은 모든 동맹국이 역내 방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