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로 나오는 게 차라리…" 홍보대사 '비너스'에 伊 '시끌'

이탈리아 홍보 캠페인 'Open to Wonder' 속의 AI 비너스의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이탈리아 관광부가 새로운 홍보대사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탄생 시켜 홍보 인플루언서로 발탁했다.


새 캠페인 속의 AI비너스는 미니스커트, 청재킷 등 현대적 의상을 입고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명소를 탐방한다.


영상에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셀피를 찍고, 콜로세움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코모 호숫가에서 피자를 먹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비너스는 이런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곤 "저는 서른 살이에요. 조금 더 나이가 많을 수는 있지요", "모두 안녕, 이탈리아의 경이로움을 발견할 여정을 함께 해요. 저를 따라오면 돼요", "로마는 하루만에 건설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훌륭하다고 여겨져요" 등 글을 함께 썼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서는 해당 캠페인이 좋지 못한 반응을 얻고있다. 누구나 아는 관광 명소를 배경으로 하고 이탈리아 대표 음식인 피자를 먹는 장면 등에 SNS에서는 "촌스럽다", "창피하다", "진부하다" 등 혹평이 이어졌다.


예술 평론가 출신의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은 "비너스는 그렇게 차려입을 게 아니라 그림 속처럼 나체로 나오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관광부가 이탈리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홍보 영상 중 일부가 실제로는 슬로베니아에서 촬영한 것으로 들통나 더 큰 비난이 일고 있다.


2분52초 분량의 홍보 영상에는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햇살이 내리쬐는 마당에서 와인을 마신다.


전형적 이탈리아의 풍경으로 묘사된 이 장면이 실제로는 인접국인 슬로베니아의 코타르 지역에서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눈 밝은 누리꾼들도 영상 속 테이블 위 놓인 와인병에 코타르 와인 라벨이 붙은 건을 찾아냈다.


관광부가 이같은 홍보 캠페인에 900만 유로(약 132억원)가 쓰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세금 낭비'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네덜란드의 한스 페터르 스헤이프 감독이 이 장면을 연출했다고 전하며 “촬영지·촬영 소품·연출자까지, 가장 이탈리아다워야 할 영상에 이탈리아적인 요소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니엘라 산탄체 관광부 장관은 900만 유로라는 돈은 전세계 공항과 도시에서의 홍보를 포함한 전체비용이라고 해명하며 "비너스를 인플루언서로 묘사한 건 젊은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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