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파이브아이즈급 '정보동맹'…차세대 기술 협의체도 신설

[尹대통령 국빈 방미]
안보·경제·기술 이어 동맹 확장
첨단기술분야 대화 채널도 개설
바이오·디지털 등 규제기준 마련
과기부·나사는 우주 탐사 협력
청년인재 양성에 6000만弗 투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미래산업을 선도할 차세대 핵심 기술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의 정보협의체)’와 동등한 수준의 전략적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버 동맹도 체결했다.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한 데 이어 정보 협력도 강화해 미국의 ‘사이버 우산’까지 양국의 안보 동맹을 확장한다. 이외에도 양자·우주 등 첨단 과학 기술 분양에서 협력의 밀도를 높이고 양국 미래 세대의 교류도 활성화 한다는 구상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6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개의 별도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실과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한국형 핵 공유로 불리는 워싱턴 선언에 더해 △한미 차세대핵심·신흥기술대화 출범 △전략적 사이버 안보 프레임워크 △한국전 명예훈장 수여자 신원 확인 등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한미 양자과학 기술 협력 △한미 우주 탐사 협력 공동성명 등 2건의 문서를 채택했다. 양국 정상의 공동 선언을 넘어 6건의 별도 합의 문서가 채택되면서 안보 중심이던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을 넘어 유럽까지 확장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미 정상은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청년 인재를 함께 키우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이 공동 성명 외에 6개 별도 문건을 채택해 양국 관계의 지위를 격상한 것은 양국의 주력 산업이 대외적으로 공동의 도전에 처해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팽창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첨단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자유주의 시장이 장악되는 것을 넘어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이버·우주·양자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별도 문서를 대거 채택한 데에는 이같은 정세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차세대핵심·신흥기술대화’를 설립해 미래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첨단 기술 분야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다. 경제와 일자리를 창출할 첨단산업은 초기에 시장이 형성될 때 국제표준을 누가 선점하는지에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는 고위급 대화를 통해 바이오기술과 제조에서 표준을 개발하고 디지털 경제의 데이터 보안, 규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차세대핵심·신흥기술대화는 한국과 미국에서 번갈아 가며 매년 개최된다. 한미는 올 하반기에 첫 대화를 연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려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주산업에서도 한미 양국은 밀착한다. 과학기술부와 나사는 ‘우주탐사협력 공동성명’을 통해 달 기지 건설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합의로 미국산 위성에 사용될 한국산 부품의 수출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부는 향후 신설될 한국 우주항공청과 연계해 나사와 공동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를 대체해 디지털 경제와 안보·군사 분야 등 미래 산업의 모든 영역을 주도할 양자정보과학기술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미 상무부가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까지 포함하면 양국 정부가 반도체와 바이오·디지털·우주·양자 등 대부분의 미래 첨단산업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양자와 우주 모두 미래의 게임체인저가 될 분야”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 발코니에 올라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는 첨단산업·기술의 미래를 이끌 인재도 함께 키운다. 양국은 각각 2023명의 미래 인재를 선발해 상대 국가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총 60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공동 투자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는 한미 정상이 이공계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해 ‘한미 이공계 청년 특별 교류 이니셔티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중심으로 양국 인재들이 상대국에서 학위를 받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양국 정상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한다는 문구도 공동성명에 채택했다. 이에 따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 한미 기업 간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가 첨단산업에서 밀착했지만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 △예측 가능한 기업 활동 여건 조성 △미국 내 투자 독려 위해 협의 등을 명시하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미국에 도움이 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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