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구찌, 5월 경복궁에서 패션쇼 연다…'2024 크루즈 패션쇼'

5월 16일 오후 5시 30분부터 진행
근정전 앞마당 무대…행각은 런웨이
지난해 11월 취소 이어 다시 추진

지난해 4월 봄맞이 야간 개장 당시 경복궁 근정전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개최 직전 취소됐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 패션쇼가 내달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 경복궁에서 열린다. 구찌는 ‘과거와 현대의 교차점에서 미래를 이끄는 대표 문화유산’으로 경복궁의 역사성을 조명하는 동시에 공간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 루이비통에 이어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연이어 패션쇼를 개최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찌는 다음 달 16일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구찌는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경복궁 근정전 근정문 및 행각에서 행사를 연다.


지난해에는 천문학과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 코스모고니’ 컬렉션의 미공개 의상을 세계적인 수준의 천문학 연구가 이뤄진 경복궁에서 소개하는 콘셉트였지만, 올해는 새로운 주제로 공간과 브랜드의 접점을 드러낸 계획이다. 패션쇼를 위해 구찌는 5월 6일부터 15일까지 행사 관련 시설물 설치 작업을 진행한다.


앞서 구찌는 지난해 11월 1일 패션쇼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흘 전인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연기된 뒤 이번에 재추진됐다. 구찌는 패션쇼 성사를 위해 오랜 시간 문화재청에 취지와 계획을 설명하며 적극적인 설득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5월 이탈리아 로마의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진행된 ‘2019 구찌 크루즈 패션쇼’에서 모델이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패션쇼는 구찌가 매년 5~6월 최신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주요 국가 명소에서 개최하는 ‘크루즈 패션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찌는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함께했고 2017년과 2019년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 유적인 팔라티노 언덕과 카피톨리니 박물관에 런웨이를 녹여냈다. ‘죽음과 사후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2019 크루즈 컬렉션은 2018년 프랑스 아를의 공동묘지이자 세계 문화유산인 ‘프롬나드 데 알리스캉’에서 열려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는 근정전 앞마당을 주 무대로 하되, 행각(궁궐 등의 정당 앞이나 좌우에 지은 줄행랑)을 모델이 걷는 런웨이로 활용할 예정이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국보 223호로 지정돼 있다. 근정전 인근에서 패션쇼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 비차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을 통해 한국 문화, 그리고 이를 가꿔온 한국민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한편 명품 소비 증가와 K팝을 중심으로 한 영향력 확대로 한국 시장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있어 핵심 공략처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전체 명품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30% 성장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 지출이 325달러(약 40만 원)로 세계 1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구찌는 최근 걸그룹 뉴진스 ‘하니’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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