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하면서도 알싸한 냄새가 코에 스며든다. 직접 만져보니 건조하고 딱딱한 질감이 느껴진다. 콩과에 속하는 식물 ‘고삼’이다. 고삼은 신경통, 소화불량 등의 치료를 위해 약재로 쓰이기도 하며 우려내 차로 마시기도 한다. ‘한약 냄새’로 유명한 당귀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질감인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팔각·진피·갈근 등 여러 생약재가 생약 표본실에 마련 돼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생약의 기원과 맛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한다. 이같은 생약재를 직접 차로 만들어 체험하는 생약 공방도 한 켠에 마련됐다.
28일 제주 서귀포시 국립생약자원관 생약누리엔 식물 뿐만 아니라 곤충, 동물 등 여러 생약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갖춰 놓았다. 생약은 식물부터 동물·광물·미생물 등 자연에서 얻는 자원을 건조·정제 등의 가공을 통해 의약품으로 사용하거나 의약품의 원료로 쓰는 것을 말한다. 생약표본실엔 ‘대한민국약전’에 수록된 300여 점의 생약 표본이 전시 돼 있다. 남생이의 껍질, 먹구렁이, 해마 등의 박제도 볼 수 있다. 생약누리는 생약표본실 뿐만 아니라 생약공방, 생약의 숲, 생약 연구소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생약연구소엔 생약이 어떤 약이 되는지를 볼 수 있다. ‘팔각회향’이 그려진 동그라미 블록을 리더기에 올려두니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설명이 나온다. 팔각회향이란 이름은 생소하지만 독감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원료가 된다.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는 ‘개똥쑥’으로 만들며,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에서 얻은 ‘살리실산’은 아스피린을 만드는 데 쓰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약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뿐만 아니라 항암제 ‘파클리탁셀’에도 쓰일 만큼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주센터 설립에 총 247억 원을 투자했다. 2021년 설립된 제주센터는 연구동·전시동·전시온실 등으로 구성됐다. 생약자원관은 생약자원 조사, 확보, 연구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다. 생약누리는 국민들의 생약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시 공간을 별도로 구성했다. 생약자원관은 현재까지 제주, 옥천, 양구 세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제주센터는 기후적 특성을 반영해 아열대성 생약도 재배한다.
생약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뿐더러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건기식은 2030년 772조 원, 화장품은 2027년 670조 원, 천연물의약품은 2025년 360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 이후 생약 주권 확보도 중요해졌다. 상호합의조건에 따라 자원 제공국과 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약을 직접 확보·재배하고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약지원관은 이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나고야의정서 채택 이후 세계 각국은 자국의 생물자원을 확보하고 보존하기 위해 무한히 경쟁 중”이라며 “식약처는 앞으로도 우리 생약자원이 의약품, 화장품, 건기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권 차장은 “생약자원의 주권 확보와 품질관리를 위해 한반도 전체 생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