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종목들의 차액결제거래(CFD)를 중개한 국내 증권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되면서 올해 전체 수익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매도 폭탄 사태로 해당 8개 종목이 급락하면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미수 채권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대형 증권사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 35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긴급 소집해 CFD 위험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 자리에서 “신용 융자, CFD 등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서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증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에 CFD 기초자산의 위험 수준에 따라 관리를 차등화하고 과도한 고객 유치 행사를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TRS)의 일종이다.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40%대 증거금만으로 2.5배를 투자할 수 있다. 대신 정해놓은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된다.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 중개 역할을 담당하는 국내 증권사가 회수 부담을 대부분 짊어진다.
이런 구조 탓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삼천리·다우데이타 등 주가조작 의심 종목 8개가 급락하고 CFD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자 각각 수백억 원대의 미수 채권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키움증권이 가장 큰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삼성증권도 CFD 계좌에서 상당액 미수 채권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등도 손실을 피하지 못했을 증권사로 거론했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CFD 계좌를 집계 중이라 정확한 손실 금액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적극적으로 회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가 커지자 국내 증권사들은 CFD 신규 가입·매매를 잇달아 중단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전날 오후 6시부터 국내·해외 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도 다음 달 1일부터 국내·해외 CFD 계좌에서의 전 종목 신규 매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교보증권·키움증권·DB금융투자 등 13곳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그간 CFD 위험에 뒷짐만 지다가 문제가 발생하니 여론 몰이용으로 수사 과정을 여과 없이 공개하면서 손실 폭을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