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간 저금리에 편승한 ‘빚투’(빚내서 투자)가 성행하면서 전 연령 가운데 20~30대 청년층의 빚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1인당 평균 7000만원과 5400만원 가량 빌리며 3년 새 대출잔액이 30% 가까이 급증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490만명, 이들의 전체 대출잔액은 90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하면 대출자수와 잔액은 3년 새 각각 17.3%와 17.7%씩 늘어났다. ‘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은행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의 가계대출잔액도 같은 기간 468조 5000억원에서 509조 1000억원으로 8.7%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의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30대 이하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은행권 354조 8000억원과 2금융권 159조 7000억원 등 총 514조 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 4분기(404조원)와 비교해 27.4%나 급증한 수치다. 30대 이하의 대출 증가율은 60대 이상(25.5%)과 40대(9.2%), 50대(2.3%) 등 다른 연령층을 압도했다. 3년간 대출 증가액 역시 30대 이하(110조 5000억원)가 1위였다.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계층도 20~30대였다. 은행권의 30대 이하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2019년 4분기 5980만 6000원에서 지난해 4분기 7081만 8000원으로 18.4% 증가하며 40대(10.4%)와 50대(3.5%), 60대 이상(2.1%)을 크게 앞질렀다. 2금융권에서도 30대 이하는 평균 5413만 6000원의 대출을 받으며 3년 새 32%나 급증했다. 40대(18.1%)와 50대(4.7%), 60대 이상(3.0%)보다 월등히 높은 증가율이다. 30대 이하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높아진 것도 잠재적 불안 요소다.
양경숙 의원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층의 대출이 너무 많이 늘었다”며 “높은 금리와 물가 속에서 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연체가 늘면 소비까지 줄어 금융·경제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지원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