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수용소에서 적군까지 간호…카폰 신부 '5월 전쟁영웅' 선정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서에서 전우 간호

에밀 조지프 카폰 미국 군종 신부/사진=국가보훈처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돌보다 숨진 에밀 조지프 카폰 미국 군종 신부가 ‘5월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됐다.


30일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당시 포로로 잡힌 카폰 신부가 적군과 아군 할 것 없이 전우들을 간호하며 인류애를 실천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1916년 4월 미 캔자스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출생한 카폰 신부는 ‘6·25전쟁의 예수’로 불린다. 1940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6·25전쟁 발발 한 달이 채 안 된 1950년 7월 군종 신부로 한국전에 투입됐다.


카폰 신부가 소속된 미 1기병사단 제8기병연대는 북한 평안북도 운산까지 진격했지만 중공군에게 고립돼 후퇴했다. 그러나 그는 자발적으로 잔류해 부상자들을 수습하다가 1950년 11월 중공군에 잡혀 평안북도 벽동에 위치한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카폰 신부는 수용소에서 헌신적으로 부상자들을 간호하다가 고된 수감 생활과 부상, 혹독한 추위로 이듬해 5월 23일 포로수용소에서 눈을 감았다.


카폰 신부의 유해는 오랜 기간 발견되지 않아 고향 땅에 묻히지 못했으나 2021년 3월 미 국방부는 DNA 대조를 통해 하와이 국립묘지에 묻힌 신원미상 참전용사 유해 중에서 카폰 신부를 찾아냈다. 마침내 그의 유해는 2021년 9월 장례 미사 후 캔자스주 위치토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성당에 안장됐다.


미 정부는 고인에게 2013년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바쳤고 한국 정부도 2021년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앞서 로마 교황청은 1993년 카폰 신부를 성인으로 추앙하는 시성 절차의 첫 단계로 그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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