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내외 제약사들이 소송 절차를 활용해 정부의 약값 인하를 지연시켜 소송 기간 타낸 약제비로 이익을 얻을 경우 환수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약값 인하 조치에 반발한 국내외 제약사들의 무분별 소송으로 건보가 막대한 재정 손실을 보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른바 약값 인하 환수·환급법안으로 불리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남인순·김원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찬반양론으로 그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1년 5개월간 묶여 있다가 지난 2월 9일 본회의에 직회부돼 이날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인 오는 11월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건보 당국은 제약사들이 약값 인하에 반기를 들고 집행정지 신청 후 행정소송을 남용하는 바람에 막대한 재정 손실을 봐도 이렇다할 대응 수단이 없었다. 건보 당국은 보험 약품 중에서 불법 리베이트에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 약품 재평가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한 경우, 오리지널약의 특허 만료로 최초 복제약이 보험 약으로 등재된 경우 등에 약값을 깎는다. 하지만 정부가 보험 약값을 인하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이에 맞서 국내외 제약사들이 보통 집행정지 신청과 더불어 행정처분 취소소송으로 맞불을 놓는데, 그러면 최종 판결 전까지 대부분 약값 인하 조치의 효력이 정지돼 약값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이런 합법적 소송 절차를 활용해 정부의 약값 인하를 지연시켜 소송 기간 내내 큰 이익을 얻는다.하지만 환자는 비싼 가격에 약을 구매해야 하고 건보 재정에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건보 당국이 2018년 이후 집행정지가 인용된 소송 47건과 관련한 약값을 내릴 수 없게 되면서 발생한 건보 재정 손실을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추산해보니 5730억 원에 달했다.
제약사들은 약값 인하 조치 집행정지 신청 후 행정소송을 벌이더라도 대부분 재판에서 진다. 제약사가 소송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도 약값 인하 시기를 늦추려고 소송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권리구제 목적의 소송이 아닌 소송 기간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소송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남인순 의원은 "개정안은 쟁송 결과로 환수·환급제를 도입해 약값 소송 건보 손실을 보전하면서도 위법한 처분에 대한 제약사 손실 보전이 가능하도록 균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일부 제약사들은 재판청구권 침해 우려를 하지만, 환수·환급제는 행정심판, 소송 청구를 전제로 도입한 것으로 소송제기 자체를 제한하지 않으며 오히려 제약사의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