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현장의 혼란은 누가 감당하나

“노조법 개정안은 기업 입장에선 대단히 치명적인 법안입니다. 기업인을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만드는 건지 무력감마저 느낍니다.”


최근 만난 재계의 한 인사가 야당이 입법에 나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밝힌 심경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반발 속에 야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환노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야당은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채비에 나섰다.


재계는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기업을 옥죄는 각종 법안이 통과될 때마다 반대 의견을 내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이전과 비교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만큼 법이 통과될 경우 산업 현장에 예상되는 혼란이 크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재계의 우려가 납득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이다. 말 그대로 단체교섭에서 사용자로 인정되는 범위를 넓힌 내용이다. 개정안대로라면 2차, 3차 하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다. 다만 원청과 수 많은 협력업체가 맞물려 돌아가는 우리 제조업 생태계에는 맞지 않는 법안이다. 대표적인 제조 사업장인 현대자동차는 거래 중인 협력업체만 해도 4000개가 넘는다. 대체 어느 업체까지 교섭해야 하는 지 판단할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원청은 일 년 내내 하청 노조와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대통령실도 개정안의 문제점에 공감하는 듯 하지만 이처럼 불완전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법사위는 물론이고 국회가 이 법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법을 만든 국회의원은 임기가 끝난 뒤 여의도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잘못된 법의 뒷감당은 오롯이 기업과 근로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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