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협으로 남중국해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 동맹이 급속도로 끈끈해지고 있다.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친중’ 행보를 보여온 필리핀은 지난해 6월 정권이 교체된 뒤 다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확실한 친미로 돌아섰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사진) 필리핀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해 필리핀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을 확인할 것이라고 4월 30일 밝혔다. 양 정상 간 회담이 열리는 날 필리핀 일대에서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합동 전투기 훈련이 실시된다고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미 언론들은 ‘필리핀 최악의 독재자’로 불리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 마르코스 대통령을 미국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방문은 미국이 필리핀에 있는 주요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이뤄졌다”면서 “지정학적 이익이 정치적 책임 문제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951년에 체결된 양국 상호방위조약을 역내 안보 상황에 맞춰 재조정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내 인공섬에 중국이 필리핀을 사정거리에 둔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는 등 안보 불안이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에 이어 이뤄지는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양국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지난달 11일부터는 1만 7600명이 넘는 병력이 참가하는 ‘발리카탄’ 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달 22~23일 훈련이 실시된 필리핀 바스코섬은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방어의 근거지로 활용할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