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엘니뇨가 예상보다 일찍 발달하면서 비가 예년보다 훨씬 자주, 많이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상청은 엘니뇨가 애초 예상보다 한 달 빠른 5~7월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1일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평양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위도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구역) 해수면 온도가 지난 4월부터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9~10월에는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도 있어 지속적인 예측이 필요하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엘니뇨는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 현상인데 둘 다 이상현상이 아닌 자연현상이다. 다만 최근까지 라니냐가 매우 이례적으로 3년간 이어졌는데 이는 기후변화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엘니뇨는 초겨울(11~12월)이 '최성기'로 국내에 끼치는 영향도 이때가 크다. 여름에도 영향이 없지 않은데 엘니뇨가 발생하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늘어나고 기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엘니뇨가 발생했던 2002년 7월 중순~8월 하순에는 남부지방 강수량이 최고 601.4㎜로 평년(343.7㎜)보다 크게 많은 비를 내렸다. 전국 강수량도 평년(375.4㎜)보다 많은 566㎜였다.
하지만 엘니뇨가 발생한다고 해서 올여름이 반드시 덜 더울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기상청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5월은 기온이 평년기온(17~17.6도)보다 높을 확률이 50%, 비슷할 확률이 40%, 낮을 확률이 10%라고 밝혔다.
또 6월과 7월 기온에 대해서는 평년기온(6월 21.1~21.7도·7월 24.0~25.2도)과 비교해 높을 확률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이고 낮을 확률이 20%로 제시했다.
라니냐로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으면 우리나라 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해 기온을 높이는데 이 상황이 6월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또 7월에는 유럽 쪽 대기 상층에 '양극패턴'이 발생하면서 유럽에서 동아시아 쪽으로 대기 파동이 발생해 우리나라 쪽에 고기압이 발달할 여지가 있다.
엘니뇨는 1951년 이후 23차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972년·1982년·1997년·2015년 엘니뇨가 매우 강했던 ‘슈퍼 엘니뇨(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경우)’로 꼽힌다.
2015년 당시에는 국내에서 11월과 12월 평균기온이 평년기온보다 2도 이상 높고 비가 예년보다 훨씬 자주, 많이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했다.
세계적으로는 5월 인도 남부, 11월 호주, 12월 미국에서 폭염과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고 7월 베트남 북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홍수가 일고 폭우가 내렸다.
이번 엘니뇨도 9~10월 강한(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경우)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또 엘니뇨는 라니냐와 반대로 온난화를 부추기는 '가속페달' 역할을 하기에 기후변화 대응·적응에 장애가 될 수 있다.